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문진탄소문화원장
![[이덕환 칼럼] 폭우에 노출된 라돈침대 폐기물](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1102102269607001[1].jpg "[이덕환 칼럼] 폭우에 노출된 라돈침대 폐기물")
천안에 쌓여 있는 폐기물은 모나자이트 모래를 접착제로 붙여놓은 매트리스의 내피를 뜯어낸 것이다. 2년 전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추상 같은 명령으로 우정사업본부가 전국에서 수거한 7만 장의 라돈 침대를 해체한 후에 모아놓은 것이다. 대진침대가 모나자이트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을 건강에 좋은 '음이온'이라고 속여서 생긴 황당한 일이다.
모나자이트는 토륨·우라늄 등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들어있는 적갈색의 천연모래다. 모나자이트에서 방사선이 나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사람에게 폐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되어 1군 발암물질로 알려진 기체 상태의 라돈도 방출된다. 다행히 모나자이트는 물에 녹지도 않고, 불에 타지도 않는다. 그래서 침출수나 화재를 걱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폭우가 쏟아지면 야적해놓은 모나자이트가 빗물에 휩쓸려 내려갈 수 있다. 방사선 계측기를 달아놓았으니 안전하다는 원안위와 환경부의 변명은 동문서답이다.
원안위와 환경부가 힘겨루기를 하는 이유는 모나자이트 때문이다. 원안위는 원자력안전법을 엄격하게 해석한다. 그래서 수입한 천연 모래인 모나자이트는 원자력안전법에 정해놓은 '방사성 물질'도 아니고, '그로 인하여 오염된 물질'도 아니다. 결국 라돈침대 폐기물을 일반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입장은 다르다. 사실 라돈침대 폐기물은 원안위가 모나자이트에서 방출되는 라돈을 문제 삼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원자력안전법과 상관없이 방사선을 방출하는 모나자이트는 당연히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이다. 방사선과 라돈을 방출하는 폐기물을 함부로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어디에서나 인근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각'이나 '매립'을 반대하는 환경부가 엉뚱하게 '소각 후 매립'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놀라운 자가당착이다. 법을 개정한다고 주민들의 상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매립을 전제로 한다고 해서 소각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소각한 후에 남는 모나자이트에서도 여전히 방사선이 방출될 것이 확실하다.
방사선을 내뿜는 소각 후의 모나자이트를 안전하게 매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원자력안전법 제70조는 '방사성 폐기물'은(천층 및 심층) 매립은 물론 해양투기와 동굴처분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방사선 때문에 일반폐기물로 처분할 수 없는 폐기물을 원자력안전법에 금지된 방법으로 처분할 수도 없는 일이다. 도대체 환경부가 주장하는 '소각 후 매립'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라돈침대 폐기물의 소각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480톤의 폐기물 중에서 방사선을 방출하는 모나자이트는 고작 3.5톤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라돈과 방사선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소각이 환경부의 생각처럼 쉬울 수가 없다. 주민들이 소각로의 설치·운영에 동의해줄 수 있는 장소를 찾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로 공연히 사회적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어지러운 세상이다.
결국 라돈침대 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을 위해 마련해놓은 경주방폐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선례도 있다. 2011년 서울의 월계동 주택가에서 수거한 방사능으로 오염된 아스팔트 707드럼이 현재 경주방폐장에 안전하게 저장되어 있다. 당시에도 원자력안전법의 '방사성폐기물'을 유연하게 해석해서 방사능 아스팔트를 처리했다는 뜻이다.
폐기물의 분량을 줄이는 노력은 중요하다.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경주방폐장을 라돈침대 폐기물로 채워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부피에 따라 책정되는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결국 원전의 저준위 폐기물에 사용하는 압축 방법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소각하는 것보다는 방폐장의 처분비용이 늘어나겠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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