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문 닫아 근간마저 흔들려
코로나에 수출액 40% 넘게 급감
"회사 오늘 내일" 인터뷰 기피도
코로나에 수출액 40% 넘게 급감
"회사 오늘 내일" 인터뷰 기피도
벼랑 끝 국가산단
군산 국가산업단지
"회사 분위기가 너무 안 좋네요."
지난 18일 전북 군산시 소룡동 군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디지털타임스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정해진 납품 대금을 지급 받지 못하면서 회사가 "오늘 내일" 하다 보니 인터뷰에 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이듬해인 2018년 5월에는 한국지엠(GM) 군산공장 폐쇄까지 연이어 풍파를 맞은 군산산단은 현재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날 군산산단에서 디지털타임스와 만난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코로나 때문에 더 힘들어졌다"고 입 모아 토로했다.
1988년부터 1994년까지 6년여에 걸쳐 조성된 군산산단은 한때 군산 지역 경제 전체를 먹여 살릴 만큼의 위용을 자랑했다. 그 배경에는 1996년 첫 가동한 GM 군산공장, 2009년 준공한 현대중공업 조선소의 영향이 컸다.
한해 전북 전체 수출의 40% 넘게 책임진 이들을 모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생태계가 형성됐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떠난 지금의 군산산단은 코로나19로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군산산단의 수출액은 3200만달러(약 380억6000만원)를 기록, 1년 전 실적(5600만달러)보다 무려 40% 넘게 급감했다. 올해 수출 실적은 1월부터 3월까지는 10%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오다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이후 6월까지는 매달 20% 가까이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산단 가동률도 지난해(75.9%)와 비교해 2.5%포인트(p) 떨어진 73.4%로 집계됐다. 자동차 부품 관련 가열 시스템과 히터를 납품하는 한 업체 부장은 "코로나19 탓에 국내·외 자동차 수요가 줄어 자연히 우리 일감도 같이 줄었다"며 "휴직인 근무자가 많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영난을 버티다 못해 문을 닫은 업체도 부지기수다. 군산산단 길거리에는 '공장부지 매입', '공장 전문 매매·임대' 같은 광고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한 철강 제조업체 관계자는 폐업한 공장을 가리키며 "간혹 공장 상태를 살피려고 오는 사람은 있는데 가동을 멈춘 지는 3년쯤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군산산단 자체가 몰락하면서 이를 근간으로 살았던 사람들은 더 큰 위기에 내몰렸다. 이 곳에서 근로자들을 상대로 식당을 영업하는 김모(60대·남) 씨는 "입주해 있는 업체들 중에 그래도 크다고 말할 수 있는 타타대우(상용차)도 한 달에 이주일 정도만 일한다고 한다"며 "결국 현대중(공업) 빠지고, GM 빠지고 하면서 밥 먹으러 오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운전기사 이모 씨(50대·남)는 "컨테이너 운송 일감은 수출하고 직결되는데, 요즘 일거리가 없어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입주 업체에 철물이나 공구, 시멘트를 납품하는 한 도매업체 사장도 "이미 산단에서 떠난 공장이 많다"며 "코로나 때문에 회사에서 일을 덜 하니까 공장에 납품하는 도매 매출도 반절 넘게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글·사진/군산=김동준기자 blaams89@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