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향 발표...남편도 육아휴직 독려 위해 남여고용평등법 개정 추진
- 경로우대 기준연령 65세에서 단계적 상향추진. 노후지원과 노인일자리 사업 등 빈곤율과 정년 등 감안해 조정. 기업 고령자 일자리 모델 개발
정부가 초(超)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로 인구 구조가 빠르게 변함에 따라 출산 장려책과 노인 복지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육아휴직 분할 사용횟수를 현재 1회에서 2회 이상으로 늘리고, 임신 중에도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현재 65세인 노인 기준 연령을 높여 경로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일자리 사업과 의료보장 사업 등은 노인 빈곤율과 사회 정년 연장 추세 등을 감안해 조정키로 했다. 하지만 갈수록 뚜렷해지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2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에서 마련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84명을 기록하고, 올 상반기 출생아수가 14만30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초저출산 현상이 가속화하는 한편 인구 고령화 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갈수록 감소해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국민의 노인 부양 부담이 늘어나는 등 인구 구조 변화가 국가 생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우선 개인 사정에 따라 육아휴직을 여러 번 나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임신 중에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며, 현재 출산 전 44일만 가능한 출산전 휴가일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고용노동부가 내달부터 제도 개선 검토에 들어갈 예정으로, 아직 구체적 도입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맞벌이 가정의 남편 육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키로 하고 관련 연구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육아휴직 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사용하는 기업에 1∼3회 지원금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내년 도입키로 했다.
여성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을 연내 제정키로 했다.
정부는 기대수명이 80세 이상으로 증가하고 현재 65세인 노인 인구가 갈수록 급증함에 따라 현재 만 65세 기준 경로우대 제도를 개편키로 했다.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단계적으로 높여 70세 안팎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개선책을 마련키로 했다.
소득보장·노후생활지원, 일자리 등의 노인 대상 복지 사업은 노인 빈곤율과 정년연령 등을 감안해 대상을 조정키로 했다. 교통체계는 고령 친화적으로 바꾸되,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심사는 강화키로 했다. 인지능력 자가진단 테스트를 실시하고 안전운전 조건으로 한정면허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노인금융피해방지법을 만들어 합리적 사유 없는 금융상품의 연령차별을 금지하고, 불법 판매는 규제를 강화키로 했다.
또 2022년까지 기업의 고령자 고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새로운 고령자 일자리 모델'(가칭)도 만들기로 했다. 기업 대상 국가재정 지원사업에서 근로자 수를 산정할 때 65세 이상 단시간 근로자를 제외해, 65세 이상 고령자를 추가로 고용하더라도 재정 지원은 그대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모델을 바탕으로 차후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를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정년 연장 논의와 함께 고령자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 710만명이 고령층에 진입하지만, 기업은 여전히 고령자 고용을 기피하고 있다"며 "앞으로 50년간 노인부양비가 5배 증가할 전망이어서 고령층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청년의 부양 부담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령층 노동 실태 파악을 위해 '65∼69세' 취업자수와 고용률 지표를 개발해 통계청이 내년 1월부터 '15∼64세 고용률'과 별도로 '15∼69세 고용률'도 발표키로 했다.
한편 정부는 저출산에 따라 생산가능 인력이 줄어듦에 따라 이공계 학부를 나온 외국인 유학생이 전문인력 자격(기능 인력)으로 국내 중소기업에 취업할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정부는 2022년 하반기 '고용허가제(E-9)' 전환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우수 외국 인재 유치와 귀화 장려를 위해 오는 9월부터 '우수인재 복수국적제도'를 확대 운영키로 했다. 인구 감소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방과 농촌 등에 계속 거주를 조건으로 외국인에 체류 혜택을 제공하는 '지역특화형 비자'도 2022년 상반기 신설키로 했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