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한 철강사들이 현금성자산을 잇따라 비축하고 나섰다. 철강업계 회복이 더뎌지면서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유례없는 위기에 비핵심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포스코의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2조4469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50.2% 급증했다. 이는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이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의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도 1조341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3.4% 늘었다. 이 기간 별도 기준 세아제강의 현금성자산은 459억원으로 606.2%, KG동부제철은 1145억원으로 611.2% 각각 폭증했다.
주요 철강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철광석 가격 급등 등 잇단 악재로 업황 회복이 불투명해지자, 현금성자산을 앞다퉈 비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차·조선 등 수요처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철강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철강업계 1위 포스코의 경우 196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내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올해 2분기 포스코는 별도 기준 영업손실 1084억원을 기록했다.
여기다 최근 주 원료인 철광석 가격마저 급등하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톤당 129.92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 80달러대와 비교하면 50% 가까이 상승한 값이다. 철광석 가격 급등은 코로나19로 주요 산지에서의 공급 차질, 수요 개선이 겹쳤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회복도 불투명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철강 산업의 내수와 수출이 각각 11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비주력자산도 잇따라 매각하며 현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의 별도 기준 매각예정자산은 69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0% 늘었다.
포스코는 지난달 광양제철소 하이밀 전기로와 CEM(압축연속주조압연설비) 설비를 매각했다. 포스코는 해당 설비 매각으로 공장 여유 부지와 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최근 충남 서산 오토밸리 산업단지에 자리한 공장 부지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선제적 자금조달 및 운전자본 감축을 통한 현금유동성 확보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최근 순천공장 컬러강판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사는 연간 100억~200억원 가량 적자를 내고 있는 컬러강판사업에 대한 효율화를 우선 모색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설비 폐쇄까지 검토할 예정이다. 지난 6월에는 충남 당진공장의 전기로 열연공장 설비 매각을 결정했다.
수요 회복 지연, 철광석 가격 급등 등으로 시장 회복이 늦어지면서 당분간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철강업계의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는 최악이었던 2분기와 비교할 때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또다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