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포럼] 언택트시대, 개인정보보호 접근법](http://contents.dt.co.kr/images/202009/2020090802102369061001[1].jpg "[포럼] 언택트시대, 개인정보보호 접근법")
나는 그 기반을 이룬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서 지난 2015년에 개정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6조의 2에 있는 신설조항의 역할이라고 손꼽고싶다. 이 조항은 질병관리본부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의료기관 및 법인 등에 대하여 감염병 환자 및 감염병 의심자에 관한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을 받은 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서 경찰청에 요청하여 통신회사에게 감염병 환자 및 감염병 의심자의 위치 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요청을 받은 위치정보 사업자와 전기통신 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우리는 미국과 유럽처럼 전체 시민의 이동을 제한하는 봉쇄령(Lock down)을 적용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활용하면서 확진자를 중심으로 감염병의 특성에 기인한 전파 범위를 구체적으로 가늠하여 감염이 의심되는 대상을 핀셋으로 골라내듯이 지목하여 각종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하여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예방법 제76조의 2를 실행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용카드·직불카드·선불카드 사용명세와 교통카드 사용명세를 실시간 수집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정한 CCTV를 통하여 수집된 영상정보를 수집 및 연계하여 확인하고있다. 이러한 조치는 확진자에 대한 2주 동안의 동선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확히 확인할 수 있고 혹시라도 숨기거나 본인의 기억에서 불명확한 영역까지 연결하여 대상자가 살아온 생활의 궤적을 추출해낼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감염병의 팬데믹 상황시에 국민의 개인정보를 이렇게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시스템이 없는 미국과 유럽이 왜 동선 추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데이터 수집은 필수적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의 기반으로서 데이터는 수집되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데이터센터는 필수적이다. 최근 세종시와 부산시에 건설중인 스마트시티는 국가적인 사업이며 세계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있는 거대한 전략사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스마트시티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수집이 필수적이며 그 대상은 스마트시티 안에서 움직이는 모든 사람과 사물이다. 즉 자동차, 가전제품에서시작하여 개인이 사용하는 모든 디바이스가 정보 수집의 단위인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수집은 항상 저항에 직면하게 되어 있고 그 저항의 주체는 데이터가 악용될 것을 의심하는 국민과 기존의 체계에서 데이터를 한정적으로 관리해온 법과 제도이다.
하지만 기존의 법제도의 체계안에서 수집되고 이용 및 제공되었던 데이터 유통체계는 변함이 없다.
또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관리하는데 있어 주체가 누구인지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나누어 거버넌스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하여 논의가 거의 되어있지 않다. 다만 기존의 법률에 명시된 관리주체에게 의존하여 형성된 틀을 그대로 수용한 과거의 유물만 그 시대의 관점으로 얼기설기 엮여져있는 것이다.
이를 풀어내는 것이 4차산업혁명 성공의 관건이다. 기존의 거버넌스로는 데이터의 흐름을 만들고 이를 통한 각 단계에서의 부가가치 창출은 어렵기만 하다.
전 세계의 국가가 이번에 맞닥뜨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여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언택트 시대가 강제로 다가오면서 인류의 삶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 국가와 해당 사회의 대응과 접근법은 사뭇 다르고 그 결과도 차이가 크다. 특히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다른 각 국가의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법은 큰 차이가 있으며,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에 개인정보보호에 대하여 바라보는 시각 또한 급격히 변해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방역에 대하여 잘한 점과 미흡한 점을 계속 살펴보면서 정책을 조정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몇 가지 측면에서의 성공은 또 다른 측면에서의 희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이끄는 새로운 세계는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서 우리에게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동안 방역에 최선을 다한 의료진과 당국자의 노력이 만든 계기를 더 섬세하게 다루고 준비하여 우리 국민이 더욱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