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DT현장] 美냐 中이냐, 답할 때가 왔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9/2020092402102269607001[1].jpg "[DT현장] 美냐 中이냐, 답할 때가 왔다")
화웨이가 이래저래 뉴스의 중심에 섰다. 화웨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출신의 런정페이 회장이 1987년에 설립한 중국 최대의 네트워크·통신장비 공급업체다. 5G 장비와 스마트폰 생산에서 세계 1위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의 간판 기업이다. 화웨이는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려는 '중국몽'에 최적화된 기업으로 전 세계 170여개 국에 진출해 있다. 직원만 18만8000여명에 달한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공격이 엄청난 수준이라는 점이다. 화웨이 창업자의 딸을 캐나다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고 올해 5월엔 화웨이의 이름을 수출통제 기업 리스트에 올려 치명타를 입히기도 했다.
미국은 왜 이처럼 '화웨이 죽이기'에 열을 내는 걸까.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이 숨어있다. 5~6년 전에만 해도 '듣보잡'이었던 화웨이였지만 글로벌 통신장비 분야에서 화웨이 영향력은 이미 절대 지존 수준이다. 화웨이는 포춘 선정 500대 기업에 꼽히는 40여개의 대형 통신사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기업 네트워크와 통신망 서비스 시장에서 세계 3분의 1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가 선정한 '세계 500대 브랜드'에서 화웨이는 2016년 81위에서 지난해엔 5G 기술을 바탕으로 12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올해는 세계 최고 브랜드 가치 톱10에 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미국도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화웨이에 제품을 팔지 않으면 미국이 입는 타격도 심각하다. 2018년 화웨이는 미국에서 110억 달러가 넘는 칩셋 제품을 수입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중국에 총 1200억달러의 칩셋을 팔았다. 2017년 미국의 인텔, 마이크론, 브로드캠, 퀄컴 등의 매출 합계가 1300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1200억 달러의 칩셋을 팔지 않았을 때의 손실이 얼마나 될지 짐작할 만하다.
그럼에도 미국의 화웨이 죽이기는 멈출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안보 차원이다. 4차산업혁명의 기반인 5G 통신장비를 화웨이에 의존할 경우 자유세계의 민감한 정보가 중국에 도청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화웨이가 '반칙'으로 급성장했다고 의심한다.
이를 막고자 미국은 올해 5월 '5G 클린 패스(Clean Path) 구상'을 밝혔다. 세계 5G망에서 중국 통신장비를 빼버리고 '깨끗한 통로'로 정보가 흐르게 하자는 게 골자다. 전 세계 정보통신 네트워크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철저히 방지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5월 미국은 인텔과 퀄컴 등 자국 반도체 회사가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했다. 화웨이가 미국인 개인 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빼돌린다는 이유였다.
중국에 대한 자유 진영의 경제적 봉쇄 전략도 보다 선명해지고 있다. '5G 클린 패스' 구상에 영국이 단계적 화웨이 퇴출을 약속했고 프랑스와 독일은 고민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 분쟁 중인 인도도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기로 했다. 오스트레일리아도 동참을 결정했다.
최근 미국은 우리 정부에 중국 기업의 5G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우리 대사관에서 나오는 정보가 중국 공산당 등에 다시 흘러 들어가는 시스템은 안 된다"며 사실상 한국의 동참을 요구했다.
우리가 미국의 화웨이 죽이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게 단지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은 우리에게 '미국 편인지, 중국 편인지 정하라'고 대놓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태평양의 미국 동맹국들은 중국 견제와 억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이제껏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한 뒤에도 이를 규탄하는 성명 한 줄 내놓지 않았다. 친중국성향은 코로나19 초기 대응에서도 논란을 불러왔다. 한국엔 '고뇌의 시간'이 왔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이 물음에 대해 언제까지 입을 다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 차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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