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 품귀와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게 돼 한시름 놓았지만, 집주인들의 실거주로 전세 계약이 만료된 세입자들은 새로 전셋집을 구하기가 어려워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체 9510가구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 현재 인터넷 부동산 포털 등에 올라와 있는 전월세 매물이 6건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96㎡는 9월 26일 보증금 10억7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는데, 직전 거래인 8월 11일 보증금 10억원 전세 이후 7000만원이 더 올랐다. 지금 해당 평형은 전세 물건이 없는 상태다. 현지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세 매물이 있어도 보증금이 너무 많이 올라 전세 물건을 보러 온 사람들이 고민만 하다 돌아가고 있다.
3885가구의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전체 단지에서 전월세 매물이 21건에 그친다. 전용 59.96㎡는 8월 보증금이 5억5000만∼6억5000만원 선에서 현재 7억5000만원까지 올랐고, 전용 84㎡ 전셋값은 1∼2개월 새 8억∼8억5000만원에서 9억원으로 뛰었다. 현재 전용 84㎡ 호가는 9억5000만원 수준이다. 이 아파트 인근의 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 동네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데, 집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해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최고가 갱신도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도곡렉슬 전용 85㎡는 9월 28일 보증금 15억5000만원에 최고가로 거래됐고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1.93㎡도 9월 29일 보증금 17억3000만원에 신고가를 갱신하며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전세 품귀와 전셋값 상승세는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이어진다. 노원구 하계1청구 전용 84.6㎡는 9월 11일 처음으로 보증금 5억원을 넘겼고 상계동 보람2단지 전용 79.25㎡는 9월 26일 4억원을 돌파했다.
동작구에서도 입주 28년 차인 극동아파트 전용 84.32㎡가 9월 23일 보증금 5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돼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 정보에 따르면 서울 최대 단지인 헬리오시티에서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40여일간 성사된 임대차 거래가 14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순수 전세 거래는 4건에 불과하고 10건은 월세를 낀 반전세 거래였다.
전용 84㎡의 경우 순수 전세는 9월 26일 보증금 10억7000만원에 계약된 것이 전부다. 현재 호가는 최소 11억원에서 13억∼14억원까지 뛰었다.
반전세로 불리는 보증부 월세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헬리오시티 전용 84㎡ 규모 반전세는 9월 19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40만원, 9월 26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260만원, 9월 29일 보증금 6억5000만원에 월세 100만원 등으로 매달 100만∼260만원까지 월세를 부담할 능력이 돼야 입주가 가능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가 계속되고 전세 품귀와 전셋값 상승이 심화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반전세가 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세가 모두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