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19일 열린 국감에서는 여야가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집값 통계의 신뢰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야당 의원들은 한국감정원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정의 원인이 된다고 비판했고 여당 의원들은 감정원 통계와 민간 통계 작성 목적이 다르다며 반박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 부동산 정책을 펴는 건 관련 통계를 정확히 산출해야 하는 한국감정원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가 하도 달라 자체적으로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 가격을 비교해봤더니, 서울 전체에서 집값이 최근 3년 동안 2배나 올랐더라"며 "정부가 죽은 통계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통계청도 소비자물가지수가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생활물가지수를 발표하고 있다"며 "피부에 와 닿는 통계를 작성하도록 노력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학규 한국감정원 원장은 "랜드마크 단지의 통계들을 국토부와 협의해서 한번 해보겠다"고 답했다.
같은당 이종배 의원은 한국감정원이 작성하는 주택가격 관련 통계 6가지의 개별 그래프를 제시하면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활용한 통계는 이 중 집값이 14% 올랐다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였는데, 통계를 한 가지만 활용하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이 통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것만 활용해 국민에게 알린 것 아니냐"며 "알고 그랬다면 왜곡된 통계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고, 잘못된 통계를 활용해 정책을 만들면 정책에 오류가 생기고 실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같은당 송언석 의원은 "한국감정원이 조사 표본을 보정할 때마다 서울 집값이 올랐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KB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이 각각 발표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추이를 한 그래프에 겹쳐 제시한 뒤 "보정 전에 KB 수치와 벌어졌던 한국감정원 통계가 보정을 마친 뒤에는 KB 통계와 비슷한 숫자가 나온다"며 "이후 또 격차가 벌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감정원 자체의 주간·월간 통계도 딴 판으로 놀고 있다"며 "월간 변동률과 주간 변동률의 월간 누적분을 비교해보니 과거 정부에서는 차이가 없었는데, 이번 정부 들어 격차가 많이 난다. 감정원 자체 통계도 믿지 못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의원의 날선 발언에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이 "미진한 부분은 고쳐나가겠다"고 답하자 질의 순서를 넘겨받은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감정원장은 지금 감정원 통계 작성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거냐"며 엄호에 나섰다.
홍기원 의원은 "KB는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부동산 담보가치를 생각해 신규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를 표본에 많이 넣어 통계 수치가 더 높게 나오는 것 아니냐"며 "전체 시장은 그런 게 아닌데, 왜 명확하게 말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김학규 원장은 "(송언석) 의원이 너무 강하게 말씀하셔서 그랬다"며 "감정원 통계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앞서 오전 질의에서도 감정원과 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 그래프를 제시하면서 두 기관의 지수 추이가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고, 격차는 최근 더 좁혀졌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두 기관의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지수 그래프를 화면에 띄우고 "올해 들어 6월 이후 두 기관 간 지수 격차는 더 좁혀졌다"고 말했다.
같은 당 조오섭 의원도 과거 KB국민은행이 시행하던 주택가격 동향조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 감정원으로 이관됐다며 홍 의원 발언에 힘을 실었다.
조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KB국민은행의 호가 조사 방식에 문제가 제기되자 한국감정원으로 사업을 넘겨 2013년부터 감정원이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사 기관을 바꾼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부동산 통계 논란이 지나치게 정치화돼 있다"며 여야 모두 자성을 촉구했다.
심 의원은 "야당이 주장하는 민간-한국감정원 간 통계 격차는 많이 과장돼 있고 논란이 확산한 데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며 "한국감정원이 내는 여러 통계의 조사 방식과 목적에 의해 숫자가 다른 것이지, 통계 자체가 틀린 게 아니다. 야당은 이것을 인정하고 정부는 수도권 아파트값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것을 인정하면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김학규(사진) 한국감정원 원장이 19일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