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산업구조 제조업 중심 걸림돌
탄소세 도입 · 전력요금 오를 경우
기업 비용 부담 기하급수적 상승
산업 특성 고려한 맞춤전략 필요
탄소세 도입 · 전력요금 오를 경우
기업 비용 부담 기하급수적 상승
산업 특성 고려한 맞춤전략 필요
정부가 논의 중인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이 본격 추진되면 산업계 부담이 급증해 전반적인 국내 산업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LEDS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추가 정책이 시행될 경우, 철강 등 일부 제조업만 해도 저탄소 전환비용이 수백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LEDS 마련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LEDS는 2050년까지 어떤 방식으로 얼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것인지 담는 일종의 국가 계획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제한하는 범지구적 목표를 위해 모든 당사국에게 올해 말까지 LEDS 수립을 요청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정부와 전문가들이 논의해 마련한 LEDS 초안을 토대로 정부안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한국의 산업 구조가 제조업 중심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6.9%로,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제조업 비중이 높다. 특히 철강의 코크스, 석유화학의 나프타 사용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공정의 경우 대체 방안이 없어 기업들도 난감해하는 부분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확정치에 따르면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연료 연소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국내 온실가스 총 배출량 중 약 30%를 차지한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탄소세가 도입되거나, 전력요금이 상승할 경우 기업 비용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각 에너지원에 이산화탄소 환산톤당 7만6000원(65달러)의 탄소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앞서 밝혔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최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LEDS가 추진될 경우) 철강·석유화학·시멘트 3개 업종에서만 최소 400조원이 넘는 전환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며 "여기에 수명이 남은 기존 설비의 매몰비용까지 고려한다면 비용은 훨씬 증가한다"고 짚었다.
민동준 연세대 교수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다시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생산효율성을 극대화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과도한 비용부담은 결국 국내 기업이 이룬 원가경쟁력을 무너뜨려 고용 감소는 물론 제조업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올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2014년 정부는 올해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 대비 30%(5억4300만t)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으로선 올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것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상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산업 전환의 기회로 활용해야' 보고서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미국이나 주요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전기·전자가 주력 산업인 국내 여건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다른 국가의 저탄소화 경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우리 산업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전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주력산업의 에너지 효율성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현재 조건에서는 비용증가 혹은 탄소누출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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