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치솟는 부동산 가격이 자산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계층 간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에 첫 발을 내딛어야 할 2030 세대 중에서도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일수록 격차는 더 심하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토연구원은 '자산 불평등에서 주택의 역할'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소득 불평등은 대체로 감소하는 반면 자산 불평등은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표적인 소득분배 지표인 지니계수는 지난 2011( 0.388)부터 2018년(0.345) 사이 한두 해를 제외하고는 줄곧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니계수는 0부터 1로 표시되는데 값이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한 상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상태로 각각 해석한다.
이처럼 소득분배가 개선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자산분배는 나빠지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순자산 5분위(상위 20%)의 총자산 중위값은 12억7111만원으로 집계됐다. 1분위(하위 20%) 중위값이 3252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39배 차이 나는 수치다. 거주주택자산의 경우도 5분위(4억7677만원)와 1분위(614만원) 간 격차가 77배 이상 났다. 투자 목적의 부동산까지 포함한 부동산자산의 5분위(9억4979만원)와 1분위(935만원) 간 격차는 101배였다. 결국 2012년과 비교하면 5분위와 1분위 간 총자산 격차는 약 42배에서 39배로 줄어든 데 반해 거주주택자산(73→77배), 부동산자산(100→101배)의 격차는 더 벌어진 셈이다.
국토연이 2018년 주거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연령대별 부동산자산 지니계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2030 세대의 불평등도가 다른 기성세대보다 높았다. 2030 세대의 부동산자산 불평등도는 0.7974로 4050 세대(0.6203), 60대(0.6141) 이상보다 0.1포인트(p)가량 높게 집계됐다. 주택자산이나 거주주택자산의 경우에도 약 0.1~ 0.2p씩 높았다. 60대 이상의 소득 불평등도가 2030 세대보다 높은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거주지역별로도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사람일수록 불평등도가 심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의 부동산자산 불평등도는 0.6873이었는데, 서울 거주자(0.7202)는 이보다 높았다. 반면 비수도권 거주자의 불평등도는 0.5975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차이는 0.0898로 나타났다. 주택자산과 거주주택자산의 경우도 수도권이 각각 0.6888, 0.7033였던 데 반해 비수도권은 0.5973, 0.5964로 0.1p가량 낮게 조사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민준 연구원은 "고도성장기 우리나라 경제는 자산 등 저량(stock)보다 소득 등 유량(flow)이 더 중요했다"며 "대부분 중산층은 자신의 소득을 저축해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주택보유 여부에 따른 총자산, 부동산자산 불평등도 차이는 상당히 컸다"며 "주택보유 여부가 자산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데, 다주택자 집단이 이를 더 크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