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면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기고] 디지털 소외계층 위한 `114` 고도화](http://contents.dt.co.kr/images/202011/2020110902152369032001[1].jpg "[기고] 디지털 소외계층 위한 `114` 고도화")
디지털 사용 실태를 보면,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이 온라인을 통해 최저가 물품 구매, 온라인 주문·배송, 최적 교통편 안내, 금융서비스 등을 이용하고 있으며, 코로나시대를 맞아 비대면 서비스가 늘면서 온라인 활용은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기기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고령층과 취약계층에게 이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디지털 배제는 현실사회에서 또 다른 사회적 배제를 낳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고령층과 취약계층에게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을 보급하고, 디지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실태조사를 보면,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은 일반시민의 절반 수준인 51.6%이며, 70대의 디지털 역량은 4.6%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 디지털 역량강화와 함께 음성기반의 정보통신서비스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음성기반의 정보통신서비스는 대표번호 ARS, AI·챗봇 상담 등으로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 경비 절감을 위한 기관의 노력이지만, 고령층은 정보를 얻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이러한 변화 상황에서 상담원이 직접 상담을 제공하는 114 번호안내는 디지털 소외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음성기반 정보통신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114 번호안내는 기본적으로 고객이 문의하는 업종과 상호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서비스이지만 고객들의 문의가 과거에 비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복합적인 상담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번호안내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부여된 114 번호 특성으로 인해 고객의 다양한 문의와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재난지원금 수령 방법에 대하여 114에 문의하는 경우, 상담원은 구체적으로 안내하기 어렵고 고객 거주지역의 주민센터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정도로 그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해당 기관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114로 다시 전화를 걸어오는 사례도 빈번하게 있다고 한다. 사회적 차원에서 볼 때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영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번호안내 사업자는 사회 변화에 맞추어 국민 편익 및 이용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종 예약, 영화 등 문화행사와 스포츠 일정 안내, 길 안내, 상품가격 비교 대행, 특정 번호의 진위 확인, 멤버십 등 각종 생활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114번호안내는 고령층, 사회취약계층 등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분들에게 음성서비스를 언제나, 상담원이 직접 제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114번호안내 조사에 따르면, 114발신호 중 60세 이상 비율이 43%에 달하고 있다. 급속하게 발전하는 세상에서 디지털 혜택은 사회구성원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권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격차 해소와 역량 강화를 위한 정부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해 아날로그 방식의 음성기반 정보통신서비스가 보완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114번호안내를 통한 생활안내서비스 제공은 고령층 등 정보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비교적 친숙한 음성 기반의 114 채널을 제공하여 정보 격차 해소, 정보 접근성 및 활용도 극대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용자 편익과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게 114번호안내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동면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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