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文대통령의 "스가 반갑다" 이례적 언급, 복합적 이유 있을 것…中지렛대 잘못 쓰면 배척당하는 상황 될수도"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아세안과 여러 가지 협력을 시도하는 것은 좋지만, 아세안+3이 됐건 다른 회의가 됐건 동아시아 정세에서 가장 큰 축이 되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 될 수밖에 없다"며 "기축통화국인 미국, 기축성통화국인 일본과 외교가 더욱 중요하다. 과거처럼 '중국에 수출하는 게 몇%인데, 중요한 국가다'는 식으로 따져서는 자칫 우리 입장이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부터 4일간의 외교일정을 수행했다. 12일에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기존 신남방정책을 업그레이드한 신남방정책+ 전략을 발표, 아세안 국가와 협력 강화를 언급했고 한-메콩 정상회의에서는 메콩강 유역 국가들과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지난 14일에 참여한 EAS에서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콕 집어 "반갑다"고 언급했으나, 일본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15일 협정문에 선언한 RCEP 역시 중국 주도의 협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그간 아베 정권과 대립각을 세워오던)문 대통령이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일본의 스가 총리에게 (갑자기) 반갑다고 한 것도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새로 집권할 바이든 정권은 동맹을 중요시해, 한미 동맹만큼 미일 동맹도 중요시 여긴다. 우리 입장이 곤란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미리 관계를 개선하려 하는 것이고, 그걸 잘 아는 일본은 소극적으로 나가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나아가 그는 RCEP에 대해서도 "중국 주도인 협정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 입장이 곤란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단순히 미국이 거부하는 것과 미일·한미일 공조 차원에서 압박하는 것은 우리 입장이 달라진다. 우리는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문 대통령이 이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했고, 이르면 내년 3~4월 사이 정상외교를 할 텐데 거기서부터 압력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자칫 중국과의 관계를 잘못하면 이게 미국과 일본에 지렛대로 이용하는 상황이 아니라, 배척당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여러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시각에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RCEP이 중국이 주도하는 협상이었다는 것처럼 오해하는 시각도 있는데, 중국주도 협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RCEP에 가입한 만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하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CPTPP는 RCEP과 대립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면서"우리는 미중 대결의 관점이 아니라 다자주의 역내 자유 무역 질서 확대 차원에서 참여한 것이라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지금 들어갈 시기는 아니라고 보지만, 필요하면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EAS에서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에 인사를 건넨 것과 관련해서는 "스가 총리가 첫 다자무대인 만큼 다른 나라 정상 역시 (문 대통령과 같이) 인사했다"며 "전체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였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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