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포럼] 인구재앙, 퇴로 없는 구조적 시한폭탄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011/2020113002102369061001[1].jpg "[포럼] 인구재앙, 퇴로 없는 구조적 시한폭탄인가")
한국 인구문제의 특징으론 1945~60년의 해방·분단·내전의 정치적 대혼란을 겪고나서 박정희 정부의 가족계획사업으로 출산율 감소 속도가 매우 가팔랐다는 사실을 들어야 할 것이다. 1965년에는 5.63명으로 세계평균 5.02명을 약간 상회했으나 1990년에는 1.70명으로 세계평균 3.04명을 크게 밑돌기 시작하였다. 출산율은 IMF 금융위기로 계속 하락했고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1.18명에 이르자 초저출산을 심각한 인구문제로 인식하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여성 존중과 인권 신장의 인구정책을 표방하고 저출산 예산을 증액하였으나 정책효과는 별로 없었다. 출산율은 계속 추락하여 0.9명 수준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은 2019년부터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사실상 시작되었다. 생산연령인구는 2067년 45%로 감소하고, 유소년인구(0-14세)도 향후 50년 후에는 8%까지 감소하고,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은 2067년에는 47%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한국은 일본과 함께 '세계 제1의 초(超)고령국가'가 될 전망이다. 전국 3482개의 읍·면·동 중에서 40%가 2045년 이후에는 소멸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연구도 발표되었다. 한국의 현재 인구문제는 초저출산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분명히 퇴로가 없는 시한폭탄일 수 있다. 물론 국토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완감(緩減)의 시점에서는 일자리 부족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인구과밀을 해소하여 부동산이나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넓은 생활공간에 대한 접근과 토지이용의 다양성을 키울 수 있다는 긍정적 기대효과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완감의 시점에는 기술혁신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노동력 감소로 인한 생산성 위축을 능가할 때 1인당 국민소득의 상승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인 것처럼,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감소는 기술혁신의 장점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환경문제나 식량 공급에 있어서 인구감소는 환영할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또 완감의 시점에는 저밀도 지역이나 노동력 부족 지역에서는 출산율이 조금씩 상승하면서 인구회복의 개연성을 예측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구 급감의 시대로 이행하는 경우,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국민 전체가 심리적 불안감으로 장래가 불투명해지면 초저출산 문제가 한층 더 악화할 수 있다. 나아가 대도시에서 떨어진 농산어촌과 중소도시에서 기능적·인구학적으로 지역소멸의 위험은 시작되고, 그것은 수도권 일대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지게 될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도 출산율의 추가 하락을 저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대응형' 복지정책 위주로 설계되어 있어 대중영합주의 정책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재인 정부의 기본계획은 좀 더 공격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최근 출산율 개선에 성공한 독일의 메르켈 정부의 출산 인센티브 도입 정책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이미 2002년부터 시작하여 20여년간 OECD가 합계출산율 1.3 미만 사회를 지칭하는 초저출산 사회를 지나서 마침내 1.0 이하로 출산율이 격감하고 있다.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는 인구 완감의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기에는 출산율 회복을 목표로 하는 정책도구를 개발하여야 하며, 기존의 대중영합주의 인구정책에 대한 근본적 전환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중·장기적 정책목표로서 출산력 회복의 본령에 대한 확실한 제도적·재정적 재정지원에 대한 약속을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어 GDP 대비 저출산 정책 예산 비율을 정하는 것 등이다.
한국은 시장경제의 시대에 개인적 선택과 책임을 존중하는 인구정책을 복원시켜나가야 한다. 정부는 향후 10여 년의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고령화 수준이나 인구감소의 폭이 그리 높지 않은 기간에 기업, 사회, 가족이 함께 기술진보, 특히 혁신성장을 통하여 노동생산성을 높여 개인과 가족의 풍요로움은 물론 국가재정과 사회보험의 재정여력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정책성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는 꾸준히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주도면밀한 시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초저출산 문제에 대한 최고의 정책은 근본문제에 대한 공격이지, 수비가 아니다. 인구급감의 시한폭탄을 제거하기 위하여 한국은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입법의 각오로 컨트롤타워를 확실히 하고 관련 기본법과 계획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원문=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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