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부부간 갈등 늘어나
부작용 호소… 제도 폐지 요구
"정부, 스트레스 한계 인지해야"
부작용 호소… 제도 폐지 요구
"정부, 스트레스 한계 인지해야"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하는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부작용을 호소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시적 1가구 2주택 보유자들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자들이 임대차법 때문에 주택을 제대로 처분하지 못해 부부끼리 갈등하는 사례마저 속출하고 있다.
3일 전국 임대차 3법 소급 적용 피해 집주인 모임에 따르면 자신을 30대 후반의 신혼부부라고 소개한 제보자 A씨는 "임대주택도 살고 전세도 살던 흙수저"라며 "아이랑 살던 임대주택이 공실이 너무 많아져, 주거 안정 차원에서 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이 달린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서울에 진입하려고 한 게 죄인 것 같다"며 "서울로 이사 오기 전 전세 준 경기도 부천 집이 임대차법 때문에 처분이 어려워 남편과 다툼이 잦다"고 설명했다.
A씨는 4억3000만원대였던 부천 집을 전세 준 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로 서울에 7억원대 아파트를 구매했다. 일시적 1가구 2주택 처지라 경기도 부천에 둔 전세 집을 처분해야 하지만 세입자가 임대차법을 이유로 각종 비용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금난에 시달려 민간 유치원에 보냈던 아이를 빼내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돌린 상태다. A씨는 "임대차법 때문에 부천 집이 팔리지 않으면 서울 집을 처분하고 전셋집을 알아봐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비단 A씨만의 사례는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임대차법의 부작용을 호소하며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른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무리하게 시행했다며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든 매매든 부족한 상황"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공동주택 인허가 물량이 급격히 줄었고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 물량 같은 경우에는 전셋값이 일부 오르긴 했어도 시장에서 자원 배분이 충분히 효율적으로 이뤄졌는데 임대차법이 개정되고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불필요한 가수요가 발생하면서 자원 배분이 급격히 경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임대차법을 적용하기 전 입법 과정에서 이런 상황을 고려했다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무리하게 강행했다"며 "부동산 시장의 모든 수요자들이 이 때문에 서로를 불신하고 오로지 생존에만 매달리다 보니 부동산 블루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전문가는 "이미 많은 국민들이 겪고 있는 집값이 오른 것에 동참하지 못한 스트레스, 집을 가지고 있지만 정당하게 권리 행사를 해도 제도적인 장벽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스트레스 등이 사회적으로 감내하기 힘든 상황까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정책 당국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일시적 1가구 2주택, 즉 갈아타기 수요에 대해서도 시장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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