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렬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교수
![[포럼] 모노드라마와 모노정치, 그 딴 세상](http://contents.dt.co.kr/images/202012/2020120402102369660001[1].jpg "[포럼] 모노드라마와 모노정치, 그 딴 세상")
자신의 키 만한 콘트라베이스가 덩그러니 놓인 무대를 움직이며 힘 없이 중얼거리기도 하고, 굵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그는 쉼 없이 1시간 55분 동안 교향악단의 한 콘트라베이스(더블베이스) 주자의 소외감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려냈다.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를 한 채 극장을 채운 관객들은 배우의 감정에 이끌려 들어가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다. 배우가 구슬땀을 흘리며 보여주는 동작과 호흡, 목소리에 관객들은 빨려 들어가 있었다. 배우가 무대 뒤로 들어가고 박수가 서서히 터져 나오고서야 공연의 막이 내린 것을 알았을 정도였다. 배우와 관객이 함께 '공감'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공연장을 나와 다시 켜 본 스마트폰에서부터 신문, 텔레비전 같은 뉴스 미디어에서 접한 세상의 정치판은 또 다른 모노 드라마였다. 연극 공연장의 '공감'은 없고,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비공감'의 '모노(한쪽) 정치' 모습이었다.
검찰총장의 직무 배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싸움, 국회에서 주요 쟁점법안의 강행 처리 논란, 1인 시위…. 정치판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 주행이었다. '나만 옳다'고 외치니 서로 간의 대화와 이를 통한 조정이 있을 수 없고, 나와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적으로 돌리는 것 같다.
소셜 미디어 유튜브의 정치 유튜버들을 보면 그 일방주의와 분열이 더 극단으로 치닫는다. 정치 유튜버들은 정치 이념으로 갈려 자기의 구독자들을 지키기 위해 메가폰을 들고 자기편을 부추기는 이야기만 외친다. 반대되는 양측 입장을 고루 다루며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 유튜버는 설 자리가 거의 없다. 한 정치 유튜버는 "자기의 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구독자는 게시판에 욕설을 남겨 놓고 떠난다"고 전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유튜버들은 정치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누고, 적을 만들어내고 반대자에 대한 공격을 일삼는다. 유튜버들은 열렬한 구독자로부터 '슈퍼챗'이라는 후원금도 받고 있어 이들의 '모노 정치'는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 유튜버들이 만든 '가두리 양식장'에서 자기가 믿고 싶은 이야기만 듣다 보면,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이면 무조건 무시하게 된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정치적 양극화는 큰 문제이다.
박상원의 모노 드라마 '콘트라바쓰'에는 독일 극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원작에 포함된 슈베르트, 베를리오즈, 바그너 등 6인의 음악 외에 다양한 음악이 뒤섞인다. 다양한 음악들이, 삶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라는 연출가의 생각에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연출을 맡은 황준형은 공연 안내 글에서 "우리는 왜 흑백논리로 모든 것을 재단해야 하는지, 언제쯤 내편/네편의 편가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답답하고 우울하다"는 글을 인용했다. 그리고 이어서 '알레그로 논 트로포(빠르게, 하지만 지나치지 않게)'를 말한다. 이것은 연극 처음에 나오는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의 1악장의 빠르기를 말하는 데, 세상의 정치도 지나치지 않았으면 하는 연출의 바람을 나타낸 것으로 짐작된다.
이 모노 드라마는, 40년 배우의 열연을 통해 한 소외된 소시민 예술가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냈고 관객에게 '자신'을 만날 시간과 따스한 위안을 주었다. 그러나, 세상 정치판의 '모노 정치'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자기 편만 모으려 하고,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그러면, 공감 없는 '모노 정치'의 끝은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일까. 모두가 손바닥 만한 마스크에 기대 사는 겨울의 초입에서 이뤄진 모노 드라마 한 편은 우리 공동체의 의미와 품격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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