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8년 수립한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가 현 추세대로라면 2030년까지 목표 달성률이 20%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소속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정책 주체를 조율할 수 있는 국무조정 기능이 없어 지속가능발전목표가 말 그대로 '목표'에만 머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속가능발전위를 포함한 기후·환경 위원회 통폐합에 나서면서 더욱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는 11일 제10기 지속가능발전위 민간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제1차 회의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제1차 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위는 2021~2040년 적용될 '제4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을 심의한다. 최종 확정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 결정된다.
환경부는 최근 K-SDGs 지표에 대한 첫 평가를 실시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UN이 전 세계적으로 환경·경제·사회 분야별로 균형 있는 발전을 강조하며 2015년에 내놓은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국내 여건을 반영해 K-SDGs를 수립하고 세부목표 122개와 지표 214개를 선정했었다. 당시 '미래 지향성'이라는 선언적 의미를 담기 위해 통계자료가 없는 지표도 포함시켰던 점을 감안, 이 중에서 공식통계를 낼 수 있는 99개 지표에 대해서만 정량 평가를 시행했다. 또 2018년 통계 기준이기 때문에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영향도 반영되지 않았다.
평가 결과 2030년 목표 달성이 가능한 방향으로 진행 중인 지표는 44개 수준이었다. 전체 지표(214개) 중 20%에 불과한 수준이다. 평가 대상인 99개 지표만 보더라도 절반에 못 미친다. 대표적으로 달성 가능한 지표는 △농가·어가소득 △여성고용률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등이었다. 2030년 목표 달성은 곤란하지만 목표한 방향으로 진행 중인 지표는 21개, 정체 상태인 지표는 25개였다. 오히려 목표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표는 9개로, △1인당 유해폐기물 발생량 △국민 환경의식 수준 △온실가스 배출량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이해관계자 그룹(K-MGoS) 및 분야별 전문가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K-SDGs를 개편했다. 새롭게 포함된 지표는 △고용보험 가입률 △기후변화 대응 개발 품종 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 △창업기업 수 △실종아동 미발견건수 등으로, 총 지표는 241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내년 이후 지속가능발전위 존치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K-SDGs 자체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를 신설하면서 기후·환경 관련 위원회를 통폐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지속가능발전위는 그동안 국무총리 산하로 위상을 격상하는 내용을 추진해왔지만, 통폐합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연말까지는 (통폐합) 방안 등에 대해 고민을 할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통폐합해 하나로 만들어갈지는 내년 정도 돼야 본격적인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