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을 돌아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지지율 하락 등 위기에 맞서 고강도 극복 방안을 내놓고 있다.
대선 출마를 위해 당 대표직을 내려놔야 하는 내년 3월까지 3개월 정도 남은 터라 단 시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조급함이 뒤섞인 대응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을 기념해 가진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1월 하순 이전 코로나19 치료제와 3월 이전 백신 접종 등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매우 이른 시점에 공개한 셈이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K-방역의 성공신화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백신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하는 야당의 압박도 한 몫 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들이 개인정보와 이동 자유를 희생해가며, 소상공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협조했더니 '내로남불' '편 가르기' 정치방역을 'K-방역'이라 자랑하다가 이 지경"이라며 "영국, 미국은 물론 동남아 국가들까지 확보하고 이미 접종에도 들어간 백신인데, 우리 정부는 아직 임상시험도 통과 못한 백신만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폭풍 앞 등불처럼 위태로운데도, 정부와 여당은 '무엇이 중한지', '무엇이 급한지' 분간도 못 하고 있다"고 민주당을 채근했다.
이 대표는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와 공정경제 3법(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입법 성과를 부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크고 가장 많은 개혁을 이뤄냈다"며 "국가정보원법 개정안까지 더하면 공수처법, 경찰법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 3법을 마무리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정경제 3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도 "경제생태계의 건강성을 높이고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올해 4월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안겨주신 책임을 이행하려 노력했다"며 "여러 저항과 어려움을 이기며 입법에 이르렀다는데 깊은 감회를 느낀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수처법 개정안 등 개혁법안과 공정경제 3법 등 경제법안을 처리했다는 자평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독주로 이어진 입법 과정이 민주당을 떠난 민심을 되돌리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0일 발표한 12월2주차 주중집계(TBS 의뢰·7~9일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7.1%까지 떨어졌고,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1.4%, 국민의힘 30.5%로 민주당이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내에서 국민의힘의 추격을 허용했다. 이 대표는 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국민의 마음은 늘 예민하게 움직인다. 정치를 하는 집단은 국민의 마음을 늘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 개인의 대권지지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이 대표가 여전히 선두권에 자리 잡고 있으나 범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경쟁이 치열하고, 범야권 유력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검찰총장의 존재감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런 시류를 반영한 듯 최근에는 범여권에서 일명 '윤석열 대선출마 금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 법안과 관련해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지는 못했지만 제 첫 느낌으로는 좀 과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했다. 본인의 지지율 하락에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한두 가지 일로 인위적으로 반등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저희가 할 일을 꾸준히 하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념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