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미국 배터리 개발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는 지난달 27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우회상장하고 2주만에 벌써 주가가 두 배 넘게 뛰었다. 별다른 실적없이 이뤄진 기업공개(IPO)였지만 시장과 전기차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회사가 업계에 내세우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이끌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 배터리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 전쟁을 벌이며,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과 전기차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 로드맵을 앞당기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 이온 에너지에 비해 화재 위험이 없고 에너지 밀도도 높으며 충전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상용화가 어려웠다. 그러나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배터리 및 자동차 업체들의 활발한 기술개발 활동으로 이르면 5년내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출시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에 가장 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다. 니케이아시아는 지난 10일 도요타가 내년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시범제품을 공개하고, 2020년대 초 전고체 배터리 장착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도요타 측은 회사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가 10분 충전으로 500km를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IPO를 통해 대규모 자본조달에 성공한 퀀텀스케이프도 지난 8일(현지시간) 전고체 배터리 실험결과를 공개했다. 퀀텀스케이프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300마일(483km)을 주행할 수 있으며, 수명은 12년에 달한다. 배터리의 80%를 충전하는데는 15분가량이 걸린다. 퀀텀스케이프는 2024년경 전고체 배터리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주요 투자사인 폭스바겐은 2025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회사의 전기차에 적용한다는 목표다.
이밖에 대만 폭스콘은 2024년 전고체 배터리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 솔리드파워는 2023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돌입, 2028년 전고체 전지 탑재 전기차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기업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일정은 2030년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2025년 전고체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를 시범 생산한 후 2027년 양산 준비에 돌입, 2030년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비슷한 시기에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나설 전망이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2027년 이후로 잡았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경 전고체 배터리 샘플 개발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 관련 인력을 채용하며 기술력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이에 맞춰 포스코케미칼·SKC·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영진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전고체 전지의 본격적인 시장 형성을 2030년으로 예상한다"며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차세대 전지에 대한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R&D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