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기업 표적·통상 불리 거론
구글 갑질 방지법에 우려 표명
美자국기업 보호 외교압박 관측
구글 갑질 방지법에 우려 표명
美자국기업 보호 외교압박 관측
USTR - 주미대사관 통화
구글의 수수료 30% 도입 및 인앱 강제 결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미간 통상마찰로 비화될 조짐이다. 미국 정부가 최근 한국에서 입법이 추진 중인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과 관련해 통상 문제 등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에 우려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주미한국대사관은 지난달 3일 외교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에 '구글 등의 앱스토어 운영정책 관련 USTR 부대표부 유선통화 결과' 제하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은 주미한국대사관 상무 라인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간 통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하고 있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통상 문제 등에서 국익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USTR 부대표부의 발언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문건은 기밀로 분류됐다. USTR은 양자·다자간 무역 협상을 수행하고 정부 내 무역 정책을 조율하는 등 기능을 가진 정부 기관이다.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최근 국내 '구글 수수료 논란'에 맞서 미국 정부 차원의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외교적 압박이 본격화된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당사자인 구글과 주한미국 대사관 측이 국회 입법 저지를 위해 정·관계에 총력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그동안 자국 내 기업, 특히 구글·애플·MS(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 등 IT 공룡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입법 등에 대해 공공연하게 반대 의견을 피력해 왔다.
국내 인터넷업계는 구글이 내년부터 자사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유통하는 모든 콘텐츠·앱에 자사 결제방식을 일괄 적용하고, 30% 수수료를 물리기로 하면서 크게 반발했다. 여야 정치권 또한 앱 장터(마켓) 운영사가 자사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앱 개발사는 모든 앱 장터에 동등하게 앱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 모두가 임재현 구글 코리아 전무를 상대로 구글의 갑질 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달 들어서 야당 측이 FTA(자유무역협정) 저촉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돌연 신중론으로 돌아섰고, 현재로서는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미국 당국과 당사자인 구글이 적극적인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국회 차원에서 법안 처리 논의가 진행되자, 국내 신규 콘텐츠·앱 사업자에 대해서도 기존 콘텐츠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수수료 인상을 내년 10월까지 유예한 바 있다. 전 세계에서 구글이 수수료 30% 및 인앱 강제 결제를 늦춘 나라는 인도에 이어 한국이 유일하다.
전재수 의원실 측은 "미국 측 우려를 전달받았음에도 과기부·공정위 등 관계부처가 사실상 묵인하고 있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며 "법 개정과는 별개로 현행 공정거래법·약관규제법으로도 충분히 제재가 가능하다는 다수의 전문가 의견이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공정위 조사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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