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DT현장] 금융위원장의 지급결제 몰각](http://contents.dt.co.kr/images/202012/2020121702102269065001[1].jpg "[DT현장] 금융위원장의 지급결제 몰각")
그런데 전자지급결제 업무를 놓고서 은 위원장은 이 총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총재가 "지급결제제도의 운영과 관리는 중앙은행 고유 권한"이라고 하자, 은 위원장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전자지급결제 시스템이나 전자지급결제청산업이 도입되면 한은의 업무가 확대된다고까지 했다. 전자지급결제 시스템이나 전자지급결제청산업은 빅테크나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지급결제시스템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은행 중심의 지급결제 방식 대신에 별도의 결제시스템과 운영기관을 세워 감독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급결제제도는 한은이 직접 운영하는 거액결제시스템('한은금융망')과 다양한 소액결제시스템(지로시스템, 전자금융공동망 등)으로 구성된다. 금융위원회는 전자지급결제를 위한 시스템을 별도로 만들고, 전자지급결제청산기관을 직접 감독하겠다고 한다. 빅테크·핀테크를 통한 지급거래가 늘어나니까 금융감독당국이 지급결제 감독까지 하겠다는 계산이다. 은 위원장이 한국은행법 제81조 제1항을 거론하면서 한은금융망만 한은의 고유권한이라고 한 맥락이다.
하지만 오해한 쪽은 은 위원장이다. 은행간 자금이체시스템인 거액결제시스템만이 아니라 소액결제시스템도 중앙은행의 당좌계좌를 통해 차액이 청산된다. 현금결제를 제외한 모든 지급결제는 최종적으로 중앙은행의 차액청산을 통해 완결된다. 소액결제시스템 참가자들은 거액결제시스템을 믿고 거래하는 것이고, 거액결제시스템은 소액결제시스템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중앙은행이 지급결제시스템의 중심이자 근간인 이유다. 이런 이유 때문에 거액결제시스템을 운용하는 중앙은행에 결제시스템 전반에 대한 감시 권한을 주고 있다.
중앙은행은 유일한 법정통화 발권주체다("화폐의 발행권은 한국은행만이 가진다"). 이에 근거해서 중앙은행은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최종대부자로서 유동성을 공급하기도 한다. 이런 한은의 역할을 금융위가 대신할 수는 없다("금융정책,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건전성 감독 및 금융감독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게 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금융위원회를 둔다.").
'한은의 업무영역 확대' 발언 역시 은 위원장의 오해다. 아니 오히려 금융위의 업무범위 확대를 은폐하기 위한 속임수에 가깝다. 한은은 이미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 규정을 개정해 빅테크·핀테크의 한은금융망 또는 소액결제시스템 참여를 허용했다. 빅테크·핀테크가 지급결제 시스템에 참여하기만 하면 된다. 빅테크·핀테크가 지급결제시스템에 참가한다면 한은의 업무량은 늘어나겠지만 업무범위는 변동이 없다. 되레 전자지급결제 시스템과 전자지급결제청산업자 지정으로 금융위의 업무범위가 확대된다.
금융위는 2018년 핀테크 산업 육성 등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분야 혁신 지원과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해 금융혁신기획단을 신설했다. 금융혁신기획단은 전자금융거래와 전자금융업자 등에 대한 허가·등록·감독을 담당한다. 이 조직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내년 7월부로 조직이 소멸될 수도 있다. 혁신금융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방안은 최종구 금융위원장 시절의 최대 성과다. 금융위의 업무영역이 핀테크와 빅테크 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은 위원장은 이를 마무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은 위원장은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놓고 한은과 이견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한은의 입장이 개진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금융위가 윤관석 정무위원장을 통해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전면' 개정안이 아닌 '일부' 개정안이다. 업무영역을 놓고 부처 간 쟁점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일부 개정안을 택했다는 건 신속한 법안 처리를 하겠다는 속셈이다.
은 위원장은 한은이 전금법 개정안을 오해하고 있다고 한다. 진짜 오해는 은 위원장의 지급결제 제도에 대한 몰각(沒却)에 있어 보인다. 지급결제 제도의 핵심은 지급결제 수단이나 결제 규모,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금융위가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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