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TSMC가 가격 할인을 10년여 만에 폐지하면서 수요업체들이 유일한 대안인 삼성전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TSMC 수준의 미세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 뿐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와 공급부족 우려에 최근 발생한 대만 지진 등 여러 불안 요인을 고려했을 때,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핵심 장비 확보에 나설 만큼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내년에는 한층 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업계와 복수의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TSMC가 지금까지 주요 고객사를 상대로 해오던 12인치(300㎜) 웨이퍼 제조 비용의 최대 3% 인하정책을 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가격 할인 방침을 철회한 것은 최근 10년 여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TSMC의 이 같은 결정이 애플, AMD 등 주요 거래처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TSMC는 내년 상반기까지 5나노 공정 생산랑의 20% 확대 등 증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TSMC가 지난 3분기(한국 기준) 전년 동기보다 39% 늘어난 51억1000만 달러(5조6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점을 고려했을 때 '쉽게 수익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들의 눈길은 삼성전자로 향하고 있다. 기술자문회사 무어 인사이트&스트레터지의 설립자인 패트릭 무어헤드 대표는 "우리는 (TSMC가 아닌)또 다른 첨단 팹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역시 TSMC보다 빠른 3나노미터(㎚) 공정 상용화 계획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앞세워 2022년까지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이달 초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 대상이 된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를 제외하고, 7㎚ 이하의 공정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이에 따라 퀄컴과 엔비디아 등 주요 팹리스 업체들은 TSMC의 대안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5% 증가한 37억15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상위 10개 업체 평균 증가율(18%)은 물론 TSMC(21%)보다도 높은 성장세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에서 "3분기 파운드리에서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며 "4분기 2세대 5나노, 1세대 4나노 모바일 제품 설계를 완료해 최대 분기 매출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전용 공정으로 구축한 화성 V1라인 전경. <삼성전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