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문제는 환경 그 자체보다 환경종말론](http://contents.dt.co.kr/images/202104/2021042902102369660001[1].jpg "[논설실의 서가] 문제는 환경 그 자체보다 환경종말론")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마이클 셀런버거 지음/노정태 옮김/부키 펴냄
미국 하원의원 중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라는 사람은 스스로 극단적 환경론자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가 많고 그걸 즐기는 것 같다. 2019년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세상은 12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10년 안에 지구가 멸망할 거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좌파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은 사람들에게 공포, 분노, 멸종을 조장한다. 미디어는 그런 말을 여과 없이 전달한다.
책은 환경 종말론자들이 틀렸다는 점을 과학적 연구 성과와 데이터,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통해 입증한다. 그렇다고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탄소배출과 기후변화는 위험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극단적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그 배후엔 추악한 민낯이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 환경론자들의 말은 크게 과장됐거나 사실이 아닌 게 많다. 예를 들어 그린피스가 1982년 상업적 포경행위를 금지하는 국제협약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것은 맞지만, 그린피스가 고래를 살렸다고 말하면 틀리다. 고래가 살아난 것은 유전과 팜유(식물성기름) 개발로 고래 기름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데 크게 기인한다. 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채식을 하자는 것도 환경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모든 선진국 시민이 채식주의자가 돼도 탄소배출량은 3.4%, 모든 미국인이 비건으로 전향해도 2.6% 감소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선진국 극단적 환경론자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 내놓는다. 자신들은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등 고밀도 에너지로 경제성장을 이뤄 편안하게 살면서 저개발국가들에게는 태양광, 풍력 등 저밀도 에너지를 강요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이런 이중적 잣대는 화석연료업계로부터 자신들은 돈을 받으면서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이 화석연료업계로부터 돈을 받는다고 비난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 마이클 셀렌버거는 환경연구소 '브레이크스루' 공동설립자이자 MIT '퓨처 오브 뉴클리어 에너지' 테스크포스 고문을 역임했다. 2008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환경영웅'에 선정된 합리적 환경론자이다. 저자는 과학과 사실, 과장과 허구를 가려 알게 되면 우리는 낙관적 시각과 긍정의 힘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비관적 반인간적 비합리적 환경종말론에 맞서 긍정적이고 인간적이며 현실적인 환경주의를 지향하는 '환경 휴머니즘'이야말로 기후변화에 올바로 대처하고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풍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역설한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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