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의 온테크]코로나 1년의 변화

입력: 2021-04-29 19:05 안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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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미세먼지 줄고 전동킥보드·쓰레기 급증
배달서비스 등 급성장 속 일회용품 사용 증가
미세먼지·탄소배출량 등 감축 목표 초과 달성
유통·미디어-제조·자영업 등 디지털적응 격차

코로나19 전후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 변화 <출처:환경부>

미세먼지 농도와 탄소 배출량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당초 감축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쓰레기는 80% 이상 늘어났다. 카풀 이용자는 감소한 대신 전동킥보드나 자전거 이용자는 급증했다. 호흡기 감염병 환자는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기분장애나 우울증 환자는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강제 마스크 생활' 1년을 보낸 후 대한민국에 일어난 변화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에 앞서가는 일부 국가는 마스크에서 점차 해방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당분간 이런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29일 내놓은 '코로나19 1년, 우리나라의 변화' 보고서는 장기화된 팬데믹이 개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보여준다. 코로나19는 개인의 이동방식부터 자주 걸리는 질병, 여가생활까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미세먼지 급감 vs 쓰레기 급증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제조공장들이 가동 차질을 빚고 대중교통과 차량 이동이 줄어들면서 미세먼지 농도는 획기적으로 줄었다. 환경부는 올초 업무보고에서 전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2017년 25㎍/㎥에서 2018, 2019년 각각 23㎍/㎥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20년 19㎍/㎥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초미세먼지 관측 이래 최저 수준이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도 2019년 25㎍/㎥에서 2020년 21㎍/㎥로 낮아졌다.

반면 1년간 일회용품, 의료 폐기물 등 쓰레기와 폐기물은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폐기물 배출량은 2019년에 비해 80% 이상 증가했다. ◇공유차 대신 퍼스널 모빌리티

이동의 주기와 방식, 자주 찾는 병원과 잘 걸리는 질병까지 바뀌었다. 통계청의 2020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020년 1월 3주차와 비교해 2월 1주차, 2주차, 3주차의 일 철도 이용량이 각각 14.5%, 8.2%, 8.3% 줄었다. 같은 기간 택시 이용량도 각각 8.4%, 6.2%, 5.8% 감소했다. 택시 이용량은 특히 이후 더 크게 줄어들어 2월 4주차 27.6%, 3월 1주차 29.9%, 4월 1주차 24.9% 등 두자릿수 이상 감소폭을 보였다. 반면 온라인 쇼핑 등의 증가로 물류수요가 늘면서 화물수송은 2월 4주차와 전년 비교 시 2.3% 가량 늘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타는 교통수단을 기피하면서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은 빠르게 늘었다. 카풀 서비스 '풀러스'의 경우 2020년 3월 사용자가 5173명으로 전년 동월의 2만3889명에서 급감했다. 해외 공유차 서비스인 우버와 리프트도 이용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유차 서비스 기업 그린카에 따르면 2020년 들어 여행, 업무, 데이터, 쇼핑 등을 위한 공유차 이용자가 줄어든 반면 단순이동이나 출퇴근 용도로 이용하는 사람은 늘어났다.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와 라스트 마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증가해, 전동킥보드 앱 사용자가 2019년 4월 3만7294명에서 2020년 4월 21만4451명으로 6배나 늘었다.

마스크 쓰기, 손씻기 등을 실천하면서 2020년 3~7월 호흡기 감염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802만683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1669만5341명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소화기 감염병 환자도 같은 기간 242만7397명에서 166만8464명으로 줄었다.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손상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도 줄었다. 그러나 기분장애 환자는 같은 기간 66만1698명에서 70만8592명으로 증가했다.

◇OTT·게임·콘서트…사이버 공간에서 위로받는 사람들

바깥 활동이 묶인 사람들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게임 등 사이버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위로를 받고 있다.

넷플릭스 국내 사용자들의 이용 시간은 2019년 1~4월 5518만 시간에서 2020년 같은 기간 1억5791만 시간으로 186% 증가했다. 웨이브 국내 사용자들의 이용 시간도 같은 기간 6674만 시간에서 1억4558만 시간으로 118% 늘어났다. 국내 최대 유료 온라인 생중계 플랫폼인 '네이버 V라이브'는 코로나19 이후 유료 콘서트, 팬미팅 수요가 늘면서 거래금액이 10배 이상 커졌다. 방탄소년단이 작년 6월 시작한 '방방콘(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은 한국, 미국, 영국 등 총 107개 국가에서 관람했으며 최고 동시 접속자수 75만6600여 명을 기록했다. 이는 5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 공연을 15회 개최한 것과 비슷한 수치다.

게임은 여가문화인 동시에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심리방역 수단으로 발전했다. 2017년 이후 낮아지던 게임 이용률은 코로나19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체 게임이용률은 2019년 65.7%에서 2020년 70.5%로 높아졌고, 집에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 이용이 늘었다. 모바일 플랫폼과 유튜브 정보가 급증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가 급증하고, 코인 투자 열기도 뜨거워졌다. 교육분야는 오·오프라인을 융합한 방식이 일반화되고, 오프라인 유통 대신 온라인 유통, 외식 대신 음식배달 서비스 등 언택트 소비가 일상화됐다.

◇나이 많을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이 일자리 더 잃었다

실업과 취업 데이터는 나이와 성별, 직종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2019년과 2020년의 실업자 수를 비교하면 20대만 유일하게 실업자 수가 줄었다. 20~29세의 실업자 수는 이 기간 36만7000명에서 35만5000명으로 감소했다. 이와 달리 30대는 19만명에서 19만5000명, 40대는 15만3000명에서 16만4000명, 50대는 16만9000명에서 19만1000명, 60세 이상은 16만7000명에서 18만8000명으로 늘었다.

반면 취업자 수는 60세 이상에서만 늘어났다. 경기악화로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취업자 수가 줄었지만 60세 이상은 공공 일자리 등 정부 정책 효과로 취업자가 늘어난 것. 2019년과 2020년의 연령별 취업자 수는 60대만 47만1000명에서 50만7600명으로 증가한 데 비해 20대는 37만4700명에서 36만100명, 30대는 55만2900명에서 53만6400명, 40대는 65만400명에서 63만4600명으로 감소했다.

또 남성은 실업자 수가 같은 기간 62만7000명에서 6만4000명으로 줄어든 것과 달리 여성은 43만7000명에서 48만4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직종별로는 농업·임업·어업 취업자가 3.6% 증가했을 뿐 숙박음식(-6.9%), 부동산(-7%), 도소매(-4.4%)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취업자가 줄었다.

◇'모든 것의 디지털화 시대'…디지털 적응력이 생존 가른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모든 것의 디지털화', '언택트의 일상화'로 요약된다. 기업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디지털을 최고 화두로 좇기 시작했고, 흐름에 뒤처진 주체들은 'K자형 양극화'의 현실을 맞았다. 유통·물류·미디어 등 서비스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도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초기의 제조업 경기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제조업 생산지수는 0.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비대면 문화 확산에 힘입어 통신·방송장비, 반도체 등의 생산지수가 급등하면서 ICT 분야 제조업 생산지수가 전체의 증가세를 이끌었다. 반면 제조업 내에서도 의복모피, 영상음향기기, 가죽신발 분야는 생산지수가 각각 30.1%, 25.1%, 18.5% 낮아졌다. 산업과 생활 전반이 디지털화하는 가운데 영역별 디지털 적응력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팬데믹 이전부터 디지털화에 준비한 분야와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쉬운 영역이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디지털 서비스로 보완이 가능하지만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진행돼야 하는 분야는 어려움을 겪는다.

디지털 적응력 우수 분야는 유통·금융·교통서비스·미디어·물류로 꼽힌다. 이에 반해 관광·제조업·자영업·고용노동 등 디지털로의 대체가 불가능한 분야는 한계에 맞닥뜨렸다. 교육·의료·환경·안전재난·대중교통 등 공공 성격이 강한 분야는 중간 정도의 적응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언택트 격차가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디지털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원격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이어가고, 이동이나 공간에 대한 투자와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전망이다. 이는 감염병과 함께 인류 공통의 난제로 떠오른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하는 길이기도 한다. 출장, 회의 등 과거에 오프라인으로 하던 많은 활동 역시 코로나가 끝나도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재생에너지나 친환경 소재 사용을 늘릴 뿐 아니라 전체 직원의 이동과 생활습관, 소비행태를 바꾸기 위한 문화·인식 변화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언택트 기술은 산업과 사회의 낭비요소를 줄이고 효율을 높여 ESG 경쟁력을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감염병, 기후변화, 기술전쟁 등 다중 리스크와 복잡성의 시대에 지속 가능한 성장과 회복 탄력성을 확보하는 길은 '디지털 퍼스트'로 귀결된다. 낙오자 없이 최대한 모든 주체가 함께 그 변화를 따라갈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생태계와 전략을 짜는 숙제가 우리 앞에 놓였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