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반도체] "車부품사 유동성 절실… 중장기 M&A 고민해야"

입력: 2021-05-12 14:43 장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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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국내 자동차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영세 부품업계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금융지원 조건 완화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한 뒤, 중장기적으로는 인수합병(M&A) 등으로 시장을 재편해 미래차 패러다임에 대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작년 코로나19에 이어 올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해 협신회 소속 290개사 중 10~15개사가 경영 위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 들어서는 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 생산이 차질이 발생하면서 부품업계로 위기가 전이되는 모습이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자동차 부품사들은 반도체 수급난과 완성차 생산 차질로 인해 매출이 20~30%씩 감소하고 있다"며 "여기에 반도체 가격도 오르고 물류비용도 상승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협회가 최근 협력사 7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5.6%인 66곳이 경영 애로를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접 차량반도체 취급업체 21곳 중 90.5%(19곳)는 차량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경영 어려움, 반도체 미취급 업체 57곳의 경우 82.5%(47곳)가 완성차의 생산 차질에 따른 납품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김 상무는 이들의 유동성 해소를 위해 금융지원 조건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의 기준은 진정 어려움을 겪는 부품사 입장에서 오히려 문턱이 높아 탄력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협회에 따르면 작년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재원으로 마련한 기간산업안정자금 40조원 중 집행률은 1.5%(6198억원)에 불과하다.

김 상무는 "대출 연장, P-CBO(유동화회사 보증) 등 신용등급 기준을 낮춰 현재 어려움을 겪는 부품업체들이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신용·기술보증기금 등의 보증한도를 올리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신용등급 평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작년 기준이 아닌 과거 몇 년 치 또는 신기술이나 구매 주문서 담보 등을 잣대로 하는 등이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고용 부문도 유연성에 대한 부분도 언급했다. 현재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 사업장의 20% 이상이 휴업해야 하는데 회계·인사 등 비조정 근로자를 감안하면 20% 휴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휴업신청서 제출 시기 조정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일부 공장 가동이 멈추더라도 전체 사업장을 기준으로 하다보면 기준치인 20% 문턱이 높아 각 사업장 별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휴업신청서의 경우 한달 전에 내야하는데 업 특성상 가동 계획이 주단위로 정해져 불균형이 나온다. 탄력적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상무는 자동차산업이 미래차로 전환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부품업계가 자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영세한 업체의 경우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에 대응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미래차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1차 협력사에 비해 2~3차 협력사의 타격이 더 크다"며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R&D), 사업 컨설팅, 사업전환을 위한 정보 제공, 인력양성 및 M&A 규제 완화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자생력이 있다면 M&A를 통해 사업 역량을 키우는 방안도 필요하다. 부품사가 무너지면 미래차 사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결국 노사 문제 해결을 통해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사들도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