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싸늘한 의사` 를 위한 변명](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2102102269660001[1].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싸늘한 의사` 를 위한 변명")
서운해 하는 마음에 충분히 공감이 된다. 본인은 너무 힘든데 위로 대신 가슴에 못을 박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 얼마나 야속했을까. 필자는 지금도 전국 최대규모인 병원이 개원한 직후에 첫 번째 레지던트로 수련 받았기에 레지던트 4년 동안 중환자실 환자를 돌봐야만 했었는데 특히 심각한 중환자가 많은 편이었다. 처음에는 가능한 한 환자에게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격려하여 희망을 갖게 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좋은 치료를 해도 병의 진행 자체를 바꾸기는 결코 쉽지 않다. 결국 상태가 나빠진 다음에 환자가 느끼는 심한 좌절, 그리고 격려를 해준 의사에 대한 배신감, 자기 인생을 정리할 기회마저 잃었다는 허무감 등을 지켜보게 되었다. 비록 선의로 한 말이지만 결국 환자에게 더 큰 좌절과 절망을 안겨주게 된 것이었다. 의사 역시 희망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기분이 좋지만 반대의 얘기를 할 때는 마음이 많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결국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은 팩트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다. 그 후에는 팩트 만큼은 정확히 전달하고자 노력했었고 또한 환자가 그 사실을 받아들여서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격려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훨씬 나중에 환자 의사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면서 환자의 아픔에 공감은 하되 팩트는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 의료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핵심이론임을 알게 되었다. 즉 환자의 아픔을 같이 느끼는 공감능력과 전문가로서의 입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싸늘한 의사` 를 위한 변명](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2102102269660001[2].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싸늘한 의사` 를 위한 변명")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환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격려하는 과정이 우리 현실에서는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와 간호학 교수, 인문사회학 교수들이 모여 지난 2008년 의료커뮤니케이션 학회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상당히 높다. 일단 충분한 대화를 하게 되면 다른 환자들의 진료가 너무 늦어져서 적지 않은 불평이 나오게 된다. 또 이렇게 공감하고 격려할 수 있는 의료진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빠른 시기 즉, 학생 때부터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많이 있다.
다행히 지금은 대부분의 의대에서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고 의사국가고시 중 실기시험에서 커뮤니케이션 항목이 있어 과거보다는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환자와 의사간의 대화와 교류의 문제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 시스템을 개선해 충분한 교육을 받고 의사가 되도록 유도하는 한편 기존 의사들에 대해서도 연수강좌 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환자가 필요할 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상담할 수 있도록 미리 예약할 수 있게 하고 여기에 대한 적절한 수가를 보장해 주는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져야만 만족할 만한 상담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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