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콘텐츠 에디터
![[박양수 칼럼] 크랩케이크, 문정권에 독일까 약일까](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2602102269002001[1].jpg "[박양수 칼럼] 크랩케이크, 문정권에 독일까 약일까")
한 끼 식사를 갖고 뭐 그렇게 호들갑을 떠느냐는 얘기에도 수긍이 간다. 물론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그룹·LG에너지솔루션이 발표한 약 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이 없었더라도 그들이 '융숭한 대접'을 했을리는 만무하다. "국제 역학관계상 이들 기업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우리 외교 역량으론 크랩케이크 오찬은 어림도 없었을 것"이란 외교가의 평가에 토를 달 수 없는 이유다. 그렇게 해서라도 소원해진 한미관계가 풀리고, 일탈 조짐을 보여온 한미동맹이 정상 궤도에 복원된다면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결국 성공한 건 바이든 대통령의 '식탁 정치'이란 게 드러났지만 말이다.
문 대통령에게도 국내 고용창출과 맞바꾼 44조원이란 값비싼 선물보따리를 주고, 동맹국 신임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손해본 장사는 아닐 것이다. 4·7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의 참패로 확인된 민심의 반란에 충격 받은 문 대통령에겐 실패를 만회할 기회로 보일지 모른다.
따지고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임기 내내 일관된 반(反)기업적, 친(親)노동정책으로 대기업을 궁지에 몰아넣은 문 대통령이 기업활동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으니 말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단 한 번도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과 대화해본 적이 없다. 상대적으로 민노총 등 노동계에 대해선 어떤 잘못에도 한없이 너그러운 자세로 일관했다. 이제 미국 가서 값비싼 식사를 하고 온 문 대통령이 자신을 도와준 기업에게 어떤 식으로 감사하고, 정책기조를 바꿔나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망국(亡國)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무능한 지도자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인이 첫 번째라면, 간신배의 전횡이 두 번째다. 나라의 재정을 갉아먹는 부패한 공무원, 외국의 비위를 맞추고자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는 역적 행위, 법률을 왜곡해 충신을 압박하는 행위, 국민 편가르기도 이에 포함된다. 아무리 튼튼하고 멀쩡한 국가일지라도 그들 앞에선 버텨낼 재간이 없다.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희한한 세상이 됐다. 서민을 부유하게 만들겠다며 있던 일자리까지 없앴다. 재판 받는 피의자가 장관·검찰총장이 돼 범죄 수사를 지휘하고,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해 사기·횡령범죄를 저지른 자가 국회의원 자리에 앉아 국민에게 호통을 친다. 대통령조차 부정선거 개입 등에 연루된 의혹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나라를 파탄낸 그들이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신들은 제대로 하려는데 이전 정부의 잘못 때문에, 보수 언론 탓에, 투기꾼 때문이라고 큰소리친다. "우리가 가장 모르는 것일수록 가장 확고하게 믿는다"는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의 말이 틀린 지적이 아니다. 세상을 가장 잘 이해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 자기 자신도 잘 모르면서 세상 일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 '탈(脫)원전'도 그렇다. 거의 모든 국가들이 원전 정책을 지지하는데, 나 홀로 탈원전에 매달리는 건 신념일까, 오기일까.
지난 4월 재보궐선거는 정부 여당에게 민심의 바다가 무섭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준엄한 심판이었다. 지난 4년간 무지와 오기의 역주행 정치로 폭주하던 여당 의원들이 차례로 국민 앞에 나와 머리 숙이면서 "겸손해지겠다"고 다짐한 것도 선거에 참패한 후의 일이다.
이제 또 한번의 심판이 다가온다. 내년 대선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남지 않았다. 분노한 민심을 간파한 정부·여당은 '죄인 코스프레'로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한다. 국민이 그들의 말을 믿을 것이라고 본다면 큰 오산이다. 민생을 파탄내고, 국민을 분열시켜 서로 증오하도록 만든 정책을 거둬들이지 않는다면 민심의 바다는 그들을 아예 바닷속 깊이 수장할지도 모른다.
박양수 콘텐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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