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 융합 가속화 속 미래 경쟁력 원천 '부각'
미-중-일, 세계 최고 성능 엑사급 개발에 앞다퉈
한국, 2030년까지 초고성능 컴퓨팅 강국 도약 나서
미-중-일, 세계 최고 성능 엑사급 개발에 앞다퉈
한국, 2030년까지 초고성능 컴퓨팅 강국 도약 나서
KISTI 제공
4차 산업혁명 시대 신(新) 사회간접자본으로 '초고성능 컴퓨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최근 들어 연산 속도를 페타급(PF·초당 1000조 연산)에서 엑사급(EF·초당 100경 연산)으로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융합, 디지털 경제 전환 가속화로 인해 이를 뒷받침할 초고성능 컴퓨팅 기술을 선점할 인프라 구축과 기술개발 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주요국은 초고성능 컴퓨팅을 과학·연구뿐 아니라, 경제, 산업, 의료, 안보 등 국가 차원의 전략분야로 정해 매년 조(兆) 단위의 예산을 투자하는 등 전략무기화에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 미래 경쟁력 원천인 '초고성능 컴퓨팅'에 투자 확대=초고성능 컴퓨팅은 일반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대용량 연산을 수행하는 대형 컴퓨터 시스템(초고성능 컴퓨터)와 이를 활용하기 위한 응용기술을 통칭한다.
데이터 급증과 인공지능 고도화 등의 영향으로 초고성능 컴퓨팅은 지능정보사회의 핵심 인프라이자,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 플랫폼으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 차세대 초고성능 컴퓨팅 기술인 엑사스케일급 시스템 기술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엑사스케일급은 현재 가장 빠른 일반 컴퓨터 500만대 이상의 성능에 해당한다. 엑사시스템은 이기종 멀티코어, 차세대 메모리 구조 등을 통해 페타급의 연산 성능과 집적도를 100배, 전력효율은 3배 이상 향상된 차세대 초고성능 컴퓨팅 기술이다. 높은 확장성과 유연성을 구현할 수 있어 혁신 창출이 가능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으로 올해 18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2023년까지 엑사시스템 3기 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 기술과 산업 패권을 한층 강화해 가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과 상용화, 산업화로 이어지는 튼튼한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IBM, 크레이, HPE,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은 글로벌 초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연간 1조원 이상을 초고성능 컴퓨팅 분야에 투자하면서 2010년 '텐허-1A', 2013년 '텐허-2', 2017년 '썬웨이-타이후라이트' 등 세계 최고의 초고성능 컴퓨팅을 자체 기술로 선보였다.
일본은 자연재해라는 현실적 문제 해결을 위해 1981년부터 초고성능 컴퓨팅 기술개발을 시작해 2011년 'K-컴퓨터', 2020년 '후가쿠' 등 1조원 가량을 들여 세계 최고의 슈퍼컴을 내놓은 바 있다. 일본은 자국 내 초고성능 컴퓨팅 전문기업인 NEC, 후지쯔 등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통해 글로벌 기술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유럽연합)은 2010년대 중반 기술종속 등을 우려해 해외 도입에서 자체 개발로 전환하고, 오는 2023년까지 80억 유로를 투자해 엑사스케일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세계 최고 성능의 시스템 구축 경쟁에 따른 대규모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 등으로 매년 초고성능 컴퓨팅 연산 성능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아울러 자국 내 초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통합·연동해 중소기업 비즈니스와 국가 전략 과제 등을 집중 지원하는 공동활용 체계를 강화해 가고 있다.
◇'초고성능컴퓨팅 강국'으로 포효하는 韓=우리나라의 경우 1988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를 시작으로 기상청 등 초고성능 컴퓨터 운영기관은 늘어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자원 경쟁력은 낮은 수준이다. 2011년 초고성능컴퓨터법에 따라 KISTI를 국가초고성능컴퓨팅센터로 육성하고 있음에도 신규 인프라 투자 정체와 효율적 활용체계 부족 등으로 글로벌 선도기관과 격차는 지속되고 있다.
국내 초고성능 컴퓨팅 분야 정부 투자액은 연 평균 1000억원 내외로, 주요국에 비해 10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반적인 기술 수준도 최고 기술국에 비해 HW는 78.6%, 시스템SW는 70.5%, 응용 SW는 51.5% 수준으로 다른 ICT 분야에 비해 낮은 편이다.
아울러 초고성능 컴퓨팅 시장이 작다 보니 전문기업이 없고, 기술과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초고성능 컴퓨팅 자원 도입과 유지·보수를 외국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고착돼 있다.
활용 측면에서도 전략 분야 없이 개인 연구수요 중심으로 자원이 배분되고, 이마저도 자원 한계로 충분한 자원을 제공받지 못해 우수한 성과 창출을 막고 있다.
핵융합연 제공
전략에 따르면, 국가 플래그십 초고성능 컴퓨터로 세계 5위급 수준의 슈퍼컴 6호기를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슈퍼컴 7호기는 2028년부터 순차적으로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점차 다양화되는 초고성능 컴퓨팅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분야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분야별 전문센터를 10대 전략 분야와 연계해 2030년까지 10개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프로세서, 플랫폼 기술, 데이터 집약형 기술, 활용기반 기술 등에 대한 집중적인 R&D를 통해 현재 최고 기술 대비 60∼70% 수준인 기술력을 80% 이상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주요국들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엑사급 초고성능 컴퓨터를 설계부터 제작, 설치까지 독자 개발해 시스템 역량을 완성하고, 완제품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와 함께 초고성능 컴퓨팅 자원 공동활용체계 2.0을 구축해 2025년부터 모든 자원이 서로 연동된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통합 서비스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11개 기관이 17개 초고성능 컴퓨터를 구축, 운영하고 있으며, KISTI의 누리온(슈퍼컴 5호기)이 연산 성능으로 '초고성능 컴퓨터 톱 500' 중 21위를 차지하고 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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