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발표한 '누구나 집' 공급 대책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길을 더 넓혀주는 정책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누구나 집'은 집값의 10%로 거주하고 10년 후 최초 공급가에 집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더불어민주당이 무주택자나 사회초년생 및 신혼부부에게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다.
그러면서도 제도가 너무 입주자에게만 유리한 점, 집값 하락 시 리스크를 사업 시행자가 부담해야 하는 점, 공급 대상이 제한적인 점 등을 해결 과제로 꼽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의 일부만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내 집 마련을 가능하게 하자는 제도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입주자에게 무조건 유리한 사업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입주 이후 분양 시점에서 입주 시점보다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면 입주자는 무조건 분양받기를 선택해 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만약 최초 입주 시 가격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서 인근 시세와의 차이가 컸다면 분양에 따른 이익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입주 이후 분양 시점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했다면 입주자는 분양을 받지 않음으로써 손실 회피가 가능하다"며 "현재 발표된 내용으로는 분양받는 것이 의무 사항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이런 사업구조는 입주자가 향후 주택가격 상승·하락에 관계없이 무조건 이익을 취하는 형태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때문에 추후 분양 전환 시 10%의 이익이 확보되는 것만으로는 얼마나 많은 사업시행자가 참여할 것인지를 예단하기 어렵다. 민간사업자라면 특히 그렇다"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양 이전까지 집값 하락에 대한 책임이 사업자에게 부과된다는 점도 사업 참여자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올백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도 "집값이 하락할 때 시행사의 투자비(5%)와 수익(10%)에서 보전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 같고 특정 사업 대상지는 그 이상 손실이 생겼을 때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년 이상 장기거주를 통한 분양 전환 방식이라 선호 지역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종잣돈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이 낮은 자본으로 장기 자가 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나, 10년 이상 장기거주를 통한 분양 전환 방식이므로 자산가치 상승의 가능성이 높은 선호지역 위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의 장기적 안착을 위해서는 청약 대기 선호가 많은 택지지구 발굴이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료 상승률이 연 2.5% 이긴 하나 10년간 월세를 납입해야 하는 만큼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수분양자가 목돈이 생겼을 때 보증금과 월세 비중을 변경할 수 있는 임대제도 유연화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때 전환 이율도 적정 수준에서 관리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집 공급지로 2기 신도시 유보지 활용이 고려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화성 동탄과 평택 고덕 지구 등의 선호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현행 제도 아래서 유보지는 해당 지자체·입주민 협의 후 주거용이 아닌 자족시설 용지로 활용하는 만큼 유보지를 주거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최근 경기도 과천 지역의 3기 신도시 공급 계획 수정 사례를 예로 들고서 "기반시설의 과포화와 과밀화를 우려한 기존 입주민들의 반대로 신규 주거지 조성에 난관이 발생하는 만큼, 택지지구 유보지를 주거용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반대를 돌파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택 공급 대상이 한정적이라 집값 안정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공급 대상이 한정적이고 대부분 기존 택지지구 주택용지를 대상으로 추진하다 보니 전체 주택공급 물량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확대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업 속도는 빠르겠지만 주택시장에 큰 파급력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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