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소상공인 손실보상에다 신용카드를 더 쓰면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까지 이른바 '현금살포 3종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공식 밝혔다.
추가 빚을 내지 않더라도 올해 1분기 늘어난 국세 수입 32조원을 활용하면 2차 추경으로 충분히 3종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지만, 나랏빚이 이미 9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현금살포' 지원책이 타당한지 따져보는 게 먼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가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상공인 피해 추가지원,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신용카드 캐시백 등 '3종 패키지'를 중심으로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신용카드 캐시백은 예를 들어 올해 3분기 신용카드 사용액이 2분기보다 더 많으면 최대 한도치를 정해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송 대표는 "소상공인은 직접적인 영업제한 조치를 받지 않은 부문의 피해도 크다. 당과 정부는 폭넓고 두터운 피해지원에 나서겠다"면서 "행정명령 대상 업종은 물론 여행업과 공연계 같은 경영위기 업종까지 피해를 포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화산업이 고사위기에 몰렸다"며 "올해 종료 예정인 영화발전기금 문제를 적극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회복이 더딘 서민경제와 골목상권, 고용시장 회복을 위해 재정의 보다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다행히 1분기 국세수입이 지난해 동기 대비 32조7000억원 증가했다. 국채발행 없이도 추경을 편성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지원에는 최대한 속도를 낼 것이고,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백신 접종 현황 등을 모니터링 하면서 여름휴가 전 지급과 추석 전 지급을 놓고 당정이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토 중인 3종 패키지를 지급하려면 30조원 이상의 '슈퍼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 지난해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총 예산규모는 14조3000억원에 달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비용과 신용카드 캐시백 등을 고려하면 추경 추산치는 30조원을 훌쩍 넘는다.
송 대표가 추경 편성을 자신할 정도로 올해 국세수입은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조7000억원 늘어난 13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각각 8조2000억원, 4조9000억원 증가했다. 자산시장 활황으로 부동산 양도소득세 3조9000억원, 증권거래세 2조원 등이 늘었다. 이외에 고(故) 이건희 삼성회장 유족의 상속세 납부로 상속세도 2조원 늘었다. 지난해 1~4월에 납부했어야 할 세금을 올해로 유예하면서 늘어난 세수 8조8000억원의 영향도 있다. 과세 유예분을 제외하면 국세 순증액은 23조9000억원이다. 그러나 반대로 총지출도 늘었다. 올해 1~4월 중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 및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서 총지출은 지난해보다 24조3000억원 늘었다. 세수가 늘었다는 점만 생각해 앞뒤 재지 않고 '현금살포성' 추경을 편성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말 국가채무는 847조원으로 2019년 729조원에 비해 16.2%나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첫해인 2017년(660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4년 동안 186조8000억원(28.3%)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시계'를 보면 16일 기준 국가채무는 총 919조8287억원이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779만936만원이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측은 이번 2차 추경에 국가채무 일부 상환액을 포함해야 하며, 지방교부금 40% 등을 감안하면 20조원이 넘는 추경 편성을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은 30조 이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당정 간 또다시 추경 편성과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경·은진기자 the13ook@dt.co.kr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