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취임 3년 '고객가치 경영'
소비자접점·미래 현장 살피고
현장의 목소리 끊임없이 청취
폰 접고 OLED·배터리 '올인'
소비자접점·미래 현장 살피고
현장의 목소리 끊임없이 청취
폰 접고 OLED·배터리 '올인'
2018년 6월 29일 취임해 만 3년을 맞는 구 회장은 당시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고객가치 경영'을 단계별로 구체화 하며 LG그룹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왔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 보았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었다"며, 고객가치 경영의 개념을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정의했다.
보여주기 식 행보를 자제하는 구 회장은 취임 이후 30여 차례에 걸쳐 매장과 고객센터 등 소비자 접점 현장과 미래 준비 현장 등을 살피고 현장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구 회장은 먼저 기존 '연구개발(R&D)'과 '사업부문'으로 나눠져 있던 그룹차원의 혁신 성과 시상식을 'LG 어워드'로 통합했다. 특히 고객 접점 부문에서 별도로 최고상인 '일등LG상'을 만드는 등 각별한 신경을 썼다.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애프터서비스(A/S) 등 구매 전·후 과정에서도 고객에 감동을 줘야 한다는 전략을 담았다.
LG전자가 최근 도입한 원뷰(고객 접점간 정보통합) 시스템이 그 사례 중 하나다. 구매부터 설치, 이전, A/S 등 전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직장인들이 퇴근 이후에도 제품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저녁 8시 반부터 자정까지 운영하는 무인매장도 같은 사례다.
B2B 사업에서도 고객가치를 강화했다. LG화학은 지난달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통합 디지털 고객 관계 관리 시스템인 'LG 켐 온' 서비스를 지작했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에서 확인 가능하고, 고객사가 직원과 실시간으로 접촉할 수 있다.
고객가치 경영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실용주의로도 이어졌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비핵심 부진 사업 10여개를 과감히 정리했는데, 연료전지·수처리·조명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자결제, 편광판 사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 4월에는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휴대전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사업 정리로 마련한 재원은 'OLED와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3개 사업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했다. 광저우 공장 가동 등 선제 투자로 TV용 OLED 패널 생산량을 지난해 450만대 수준에서 올해 800만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LG화학에서 전지사업부문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했다. 연내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장 분야에서는 '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사업 경쟁력을 빠르게 키웠다. 2018년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업체 ZKW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3월 스위스 소프트웨어 업체 룩소프트와 손잡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합작법인(JV) '알루토'도 출범했다.
오는 7월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약 1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JV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출범한다.
구 회장은 조직문화에서도 '개방형 혁신'을 강화하고 있다. 취임 후 첫 경영진 인사에서 LG화학 창립(1947년) 이후 처음으로 외부 출신 CEO(최고경영자)로 신학철 3M 부회장을 선임했고, 이후에도 3년 간 총 50여명의 임원급 외부 인재를 영입해 뿌리깊은 '순혈주의'를 타파했다.
미래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작년 말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그룹 차원의 AI(인공지능) 연구 전담 조직인 'AI연구원'을 설립했고, 최근에는 '초거대 AI' 구축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디지털 전환(DX)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임직원들에게 스스로를 '대표'라 불러달라 당부하며, 권위와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역동적인 LG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매 분기마다 400여명이 참석해 진행했던 임원 세미나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매달 상황에 맞게 전문가를 초빙해 함께 공부하는 시간으로 바꿨다.
최근 ㈜LG는 하절기 복장을 안내하며 반바지까지도 허용하는 등 간편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무하며 유연하게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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