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LG화학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부 분할을 검토 중이다. 빠르게 팽창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맞추기 위해 연 3조원 안팎의 투자가 필요한데,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사업부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IPO)사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배터리 사업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분할 자회사의 상장을 염두에 두고 사업부 분할을 단행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이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기업공개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부 분할 이후 분할 자회사의 상장과 관련해 국내 증시는 물론 미국 나스닥, 국내외 동시 상장 등의 옵션을 놓고 고려 중이다. 구체적인 상장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분할 배경 등을 고려했을때 시장에서는 물적분할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LG화학도 지난해 12월 배터리 사업을 분할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다. LG화학 역시 자회사의 IPO를 고려해 물적분할을 실시했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 행사에서 김준 총괄사장이 중장기 핵심 사업 비전 및 친환경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적분할은 통상 투자자들에게 악재로 여겨지는 분할 방식이다.
인적분할의 경우 모회사 주주들의 지분율대로 분할 법인의 지분이 나눠져 기존 주주들이 신설된 법인의 지분을 가질 수 있다.
반면 물적분할의 경우 모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분할 자회사의 주식을 갖지 못하고, 모회사 지분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은 물적분할 후 분할회사의 IPO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을 하기에 유리하다. 다만 이 경우 기존 존속회사 주주들의 분할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물적분할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이유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 당시에도 투자자들의 '분노'가 거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사업부 분사로 엉뚱한 사업에 투자를 한 셈이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SK이노베이션도 비슷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물적분할을 결정하는 이유는 주로 주로 대규모 투자금 유치의 필요성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만해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집행해야하는 투자금은 최대 연 3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LG화학에서 분사해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도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현재 IPO 절차를 밟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 분할 및 분할 자회사 IPO 시기는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현재 배터리 사업의 증설 속도가 상당히 빨라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분사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