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코로나19 방역수칙 완화 방안이 1주일 연기되자, 수도권의 젊은 층과 직장인들이 지방으로 원정 유흥에 대거 나서고 있다.
지난 2일 밤 10시, 충남 천안의 최대 유흥가인 서북구 두정동의 한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 종업원은 "우리 업소 손님 절반 이상이 수원 등 수도권 손님이고, 서울 손님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어두컴컴한 이 술집에는 20대 젊은이들이 간격이 1미터 되지 않게 다닥다닥 붙어 앉아, 테이블 모두 꽉 차있었다. 심지어 업소 밖에서 빈자리를 기다리는 손님도 상당수였다. 손님들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두정동의 또 다른 일본식 선술집도 상황은 같았다.
술집에서 나온 젊은이들은 인근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래방 업주는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주변 모텔 예약이 꽉 찬다"며 "다 수도권에서 온 손님"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부산에 놀러 갈 건데 해운대 근처에 분위기 좋은 술집 있나요?", "부산 클럽 중 어디가 제일 핫해요?" 등 지방 원정유흥을 위한 질문들이 넘쳐난다.
강원도 속초의 한 펜션 주인은 "이번 주말뿐 아니라 8월 말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라며 "지금 예약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비수도권은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를 적용해 충남·제주를 제외한 12개 시·도는 오는 14일까지 사적 모임을 8명까지 허용하고, 이후로는 인원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이에 비해 수도권은 지난 1일부터 사적모임을 6명까지 허용하고, 유흥업소도 영업금지 조치를 해제할 예정이었나,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방역 완화조치가 1주일 연기된 상태다.
이에 따라 서울은 물론 경기도 지역 젊은이들이 가까운 비수도권 지역이나, 여름 휴가철을 맞아 지방으로 원정 유흥을 가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6개월만에 다시 800명대로 급증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지방의 방역 완화 조치가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을 다시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 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천안의 A클럽과 R공연시설에서 6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같은 시간대 방문자 1044명 중 85%가 수도권 등 외지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최근 지역 라이브 카페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계속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자영업자들은 울상이다. 한 자영업자는 "전국으로 다 놀러가고 놀러 오는데, 수도권만 제한을 두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시혜진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부산·울산 등 지방 도시에서도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전국적 확진자 수도 많은 상황"이라며 "20~30대는 백신 접종자도 많지 않고, 접종을 마쳤어도 대사변이, 돌파 감염 등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