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만에 암환자와 합의
암입원비 소송 취하 가능성도
암입원비 소송 취하 가능성도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우 모임'(보암모)는 서초동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지난해 1월부터 벌여왔던 점거 농성을 끝내기로 삼성생명과 지난 9일 합의했다. 이에 따라 보암모는 본사 앞 트레일러 시위도구와 현수막을 제거하고, 점거해 온 삼성생명 2층 고객센터에서도 철수했다. 협상 타결 조건은 양측의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그동안 삼성생명와 보암모 회원들은 암 입원비 미지급 문제를 두고 분쟁을 벌여왔다. 암보험의 애매한 약관상 표현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가입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는 것도 암의 직접 치료라고 주장한 반면 생명보험사들은 직접치료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2018년 당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암보험에 가입한 암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경우에도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며 지급을 권고했다. 일부 생보사들은 이 권고를 받아들였지만 삼성생명은 일부 민원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소송전이 이어졌다.
이번 타결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가입자들의 집회·농성이 마무리되고 분쟁이 일단락돼 삼성생명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취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보암모의 공동대표 중 1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법원은 1심, 2심은 물론 대법원에서도 모두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생명 측은 사회적 갈등해소 차원에서 보암모와 시위 중단에 대해 합의했으나 소송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법원 판결에도 금감원은 지난해 말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암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통보했다. 기관경고 조치는 금융위원회 의결로 최종 결정되지만 올해 하반기에나 최종 결정이 나올 전망이다.
삼성생명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은 신사업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키웠다. '기관경고' 징계가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물론 자회사도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당장 삼성카드가 추진 중인 마이데이터, 삼성생명의 해외부동산 운용사 지분 인수 등이 과제다. 앞서 삼성카드는 지난달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획득에 실패했다.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기관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최종 확정 여부는 금융위 의결이 있어야 하지만 의결이 미뤄지며 허가심사가 보류 중이다. 또 해외 자산운용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삼성생명이 영국 부동산운용사 세빌스IM 지분 25%를 인수한 건도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다. 삼성생명이 암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소송전 대신 사적 합의를 추진한 배경에는 이런 경영상의 과제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김수현기자 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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