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K자 양극화] 배터리·수소·로봇 선제투자 효과… 시총상위 대기업이 경제 떠받쳐

입력: 2021-07-12 19:55 장우진 기자

폰트

기자 구독

미래 성장산업 투자 원동력
대기업들 위기속 깜짝 실적
오너 3~4세 과감한 결단에
글로벌시장 입지 크게 확대

[깊어지는 K자 양극화] 배터리·수소·로봇 선제투자 효과… 시총상위 대기업이 경제 떠받쳐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작년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만나 악수를 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디지털타임스 장우진 전혜인 기자]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부익부 빈익빈 양상은 코로나 19사태를 거치며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를 통해 한국거래소 상장 국내 시가총액 상위 톱 20개 기업의 2분기 실적 추정치를 보면 전년 동기보다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하지 못한 업체는 단 3곳 뿐이었다. 삼성물산과 SK텔레콤, 네이버 등으로 내수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어닝서프라이즈급 잠정실적을 공시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자동차, 삼성SDI 등은 반도체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바이오 신사업 등 미래 성장사업을 주력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같은 시총 상위 기업들의 선전은 총수 주도로 이뤄지는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뒷받침 됐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평가다.

특히 새롭게 그룹 총수를 맡게 된 오너 3~4세들이 과감한 결단을 내리면서 기업의 미래 방향성에 더해 글로벌 무대에서의 입지가 크게 두드러지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은 올해 인수합병(M&A) 및 합작사 설립 등에만 8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마무리 짓고 지분 80%를 확보했다. 인수 금액은 9600억원 수준으로, 이 중 정의선 회장이 2390억원을 직접 투자하는 의지를 보였다. 최근에는 미국 배터리 기업 솔리드에너지에 1억 달러(1136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배터리 내재화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후 수소,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자율주행, 로보틱스, 배터리, 반도체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SK는 올해 초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파워에 1조8500억원을 투자, 지분 9.9%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플러그파워는 프랑스 르노그룹과 수소트럭 및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해 SK와의 시너지도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5월 미국 포드와 총 6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하며 미래차 사업 분야의 한 축을 확보했다.

LG그룹은 지난 2018년 구광모 회장 체제에 돌입한 이후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고, 대신 자동차·배터리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등 일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달에는 LG전자와 캐나다 부품사 마그나의 1조원 규모 합작 법인을 출범시켰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네럴 모터스(GM)와 제2얼티움 배터리 공장을 설립키로 했으며, 투자규모는 2공장 2조7000억원 등 1·2공장을 합쳐 5조4000억원 규모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에 집중하는 배경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목적이 크다. 특히 배터리 분야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만큼 해외 기업으로부터 다수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수소 분야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UAM 사업도 현대차그룹과 한화시스템 등이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경쟁력을 키워가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오너 3~4세들은 해외로 뻗는 동시에 국내 기업들과도 손을 잡으며 동행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그룹, SK그룹, 포스코, 효성그룹은 오는 9월 수소기업협의체를 설립키로 했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은 지난 5월 SK가스와 수소사업 협력에 나서기로 했고, 한화그룹도 수소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어 협의체 참여 가능성이 거론된다.

효성은 2017년 조현준 회장의 3세 경영 체제가 구축됐고, 한화는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에너지 부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처럼 글로벌시장과 미래성장산업을 겨냥해 공격적 투자를 진행하고 필요할 경우 합종연횡도 진행하며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이전의 산업구조 틀을 탈피하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감한 생존전략이 결국은 코로나 팬데믹 태풍속에서도 외형 성장과 함께 질적 내실을 기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신성장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간 긴밀한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장우진·전혜인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