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금융부장
![[DT현장] 임대차3법·DSR, 예견된 실패](http://contents.dt.co.kr/images/202107/2021071302102269065001[1].jpg "[DT현장] 임대차3법·DSR, 예견된 실패")
임대차3법과 비슷한 실패 사례가 하나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바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다. 대통령의 '빚투' 발언 이후 대출규제 강도가 점차 세지고 있다. 이달부터 규제지역에서 시가 6억원 이상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DSR 40%가 적용된다.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어도 DSR 40% 대상자가 된다.
DSR은 연간 소득에 대한 대출 이자와 원금상환 비중을 뜻한다. 차주의 연 소득이 5000만원이면 연간 대출 원리금 부담액이 2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다. 취지는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과도한 빚을 내서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지 않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무주택자와 청년들을 위해서는 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해주고, 40년 만기 정책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제공하는 서민보호 대책도 내놨다.
문제는 집값 상승으로 인해 수도권에서 6억원 이하 주택을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6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억1184만원으로 7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283만원이다. DSR 규제 적용기준인 시가 6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시세다.
당장 연소득 5000만원인 무주택 직장인이 서울에서 7억원짜리 주택을 사려면 은행대출(최대 4억원)만으로 자금을 충당하기 어렵다. 저축은행, 보험회사, 카드회사 등에서 추가 대출을 받는 수밖에 없다. DSR 한도는 은행권이 40%, 비은행권이 60%다. 은행 대출이 막히면 저축은행, 보험회사, 카드회사 등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집없는 서민 입장에서 보면 금융 접근권이 떨어지고, 정부가 나서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을 권하는 셈이다.
마침 카드사들은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금리를 조정하고 있다. 삼성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등 주요 카드사를 통해 최저 연 4%대로 카드론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카드의 카드론 금리는 최저 연 3.9%까지도 가능하다. 카드론은 내년 7월부터 개인별 DSR 규제가 적용된다. 실수요자라면 연 4%대의 카드론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금융당국이 카드론 증가세에 대해 구두 경고를 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막을 수는 없다.
추가 대출한도가 필요한 실수요자라면 저축은행을 이용할 수도 있다. 저축은행의 서울·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연 3.95%(6월 기준)까지도 가능하다.
DSR 규제의 예외인 전세자금대출은 뜨거운 감자다. 전세자금대출은 소득 외에 갚을 수 있는 상환재원인 전세보증금에 있어 DSR 규제에서 제외됐다. 임대차3법의 부작용으로 전셋값이 오른 상황에서 DSR 규제로 주택담보대출도 막혔으니, 현실적으로는 전세자금대출이 유일한 해법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은 올해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DSR 규제 시행 이후 이 같은 흐름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자금대출 증가는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집을 갈아타거나, 새로운 집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서 DSR 규제는 이중고다. 당장 주택을 구해야 하는 처지에서 대출한도가 줄어 2금융권까지 기웃거려야 한다. 주택 구매를 포기하면 전셋값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전세자금대출 이자 증가분은 덤이다.
빚투를 막겠다는 취지의 DSR이 되레 빚을 늘리는 악순환을 유도하고 있다. 대출이 필요한 서민 입장에서 DSR 규제는 서민을 몰아세우는 규제로 변신한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부동산 공급정책이 계속 실패하는 상황에서, 손쉬운 대출규제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김현동 금융부장 citize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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