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형 부동산 플랫폼의 중개 시장 진출을 막아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런 내용의 청원 글을 올린 A씨는 "사회 전반에 걸쳐서 자금력과 경쟁력을 가진 기업체가 영세 소상공인의 고유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1만5000여 개업공인중개사들과 100만 중개 가족은 시시각각 조여오는 생존권 위협에 숨이 막힐 듯한데 돌파구가 쉽게 찾아지지 않아, 이렇게 청원 글을 올리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대형 플랫폼이 자랑으로 내세우는 사이버 임장 활동으로 계약을 체결한 후 발생하는 하자와 중개사고는 누가 책임져주는 것입니까?"라며 "그간 공인중개사에게 과도하리만큼 주어졌던 각종 의무와 책임은 어떻게 대체해주실 것입니까? 그 막중한 의무와 책임이 동영상 하나로 해결되는 것이었다면, 수백 수천 건의 부동산 관련 소송에서 중개사들에게 부과됐던 손해배상 책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라고 주장했다.
그는 "본디 중개업은 풍수지리설에 따라 집터나 묏자리를 가려줬던 지관이 집까지 알선하는 행위로 발전해 동네 갖은 소식을 접하고 나누는 복덕방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라며 "소개비를 받고 방과 집을 소개하는 신고제에서,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어 거래 규모가 커진 부동산을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도록 한 공인중개사법이 1984년에 선포됐고 1985년 국가자격고시를 통해 공인중개사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역사적인 흐름을 통해 자리매김한 개업공인중개사의 고유영역에 대자본과 IT기술을 결합해 개업공인중개사들을 노동자로 종속시키고 전문적인 노동력을 착취하겠다는 것은 국가가 부여한 전국의 11만5000여 개업공인중개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하급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형 플랫폼의 중개업계 진출 논란은 부동산정보서비스 업체 직방이 올해 6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온택트 파트너스' 사업 모델을 내놓으면서 불거졌다. 온택트 파트너스는 공인중개사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이 직방을 디지털 도구로 활용해 비대면(온라인)으로 부동산 정보조회·매매·계약·수리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개념이다.
직방 측은 "직접 중개나 플랫폼 중개 시장 진출이 아니라, 형식과 구조 측면에서 중개사들과의 파트너십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대형 부동산 플랫폼이 향후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가질 경우 공인중개사 직군이 플랫폼업체에 예속될 우려가 있다"며 "이들의 정보 독점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산업구조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중개업 진출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는 직접 중개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유순 스테이션3 대표는 전날 박용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과 통화하고서 "2013년 이후 다방은 9년간 공인중개사와 견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왔으며, 직접 중개업 진출 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스테이션3는 이에 앞서 직접 중개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도 협회 측에 전달했다. 입장문을 통해 다방은 중개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으며, 하반기 발표 예정인 전자계약서비스 '다방싸인'은 중개인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는 비대면 IT 지원 서비스일 뿐, 중개업 진출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