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홀쭉이와 뚱뚱이, 싸울수록 사람들은 웃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8/20210809021023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홀쭉이와 뚱뚱이, 싸울수록 사람들은 웃었다")
코미디언 전성시대
박선영 지음 / 소명출판 펴냄
양훈과 양석천은 '홀쭉이와 뚱뚱이'라는 콤비를 이뤄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코미디 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다. '홀쭉이'는 지극히 가난했던 시절, 못 먹던 '서민 캐릭터'를 담고 있다. '뚱뚱이'에는 그런 서민들이 잘 먹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있었다. 1956년 '청춘쌍곡선'으로 영화에 데뷔한 이들은 1958년 출연작 '오부자'가 극장가를 휩쓸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두 사람만 따로 주인공으로 한 '홀쭉이 뚱뚱이'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현재 필름이 남아있는 건 '홀쭉이 뚱뚱이 논산훈련소에 가다' 뿐이다. 서영춘은 국도극장에서 간판을 그리다가 유명 작곡가였던 형 서영은의 도움으로 1952년 데뷔했다. 성우 출신의 백금녀를 만나 콤비 '뚱순이와 갈비씨'를 만들어 인기를 얻었다. 1965년 개봉한 '여자가 더 좋아'로 스타가 됐다. 당시 이 영화는 19만의 관객을 동원해 그 해 최고의 인기작이 됐다. 이 영화의 인기를 바탕으로 서영춘은 원톱 주연이 가능한 최고의 코미디 배우가 됐다. 반면 '저질 코미디'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서영춘은 활동 기간 내내 라디오, TV, 영화에 걸쳐 각종 검열과 제재, 비판에 시달렸다.
책은 한국 코미디와 코미디언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기원과 장르 형성 과정, 코미디 영화 전성기였던 1950-60년대 코미디 영화의 성격을 짚어본다. 홀쭉이와 뚱뚱이, 구봉서, 김희갑, 서영춘, 백금녀 등 주요 코미디언들의 특징을 들여다 보고, 상영 관행과 검열도 살펴보는 등 다양한 주제들을 탐구했다. 1부는 재담과 만담에서 시작된 한국 코미디의 문화사와 함께 코미디 영화의 역사를 추적한다. 박춘재와 신불출의 역할, 1926년 코미디영화 '멍텅구리 헛물켜기' 제작의 맥락 분석 등을 통해 한국의 코미디 문화를 살펴본다. 또한 코미디언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조명한다. 2부는 식민지 시기 외화 코미디 영화의 수용 문제, 찰리 채플린의 영화가 끼쳤던 영향과 의미, 코미디 검열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처음이자 어쩌면 앞으로도 찾기 힘들 코미디 전성시대를 열어갔던 코미디언들과 그들의 영화를 보면 그 가운데에 우리가 서있었음을 알게된다. 저자는 "코미디 영화와 코믹의 순간들이 더 많이 이야기되고 더 많이 보여져야 한다"면서 "이 책이 그 한 시작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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