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넘버원 팬케이크' 임성권 가족
지난달 30일 영업 종료일 고객들 몰려
"맛·개선점 꼼꼼히 물어봐 성공 이뤄
넓어진 공간서 손님 맞이할 수 있어"
지난달 30일 영업 종료일 고객들 몰려
"맛·개선점 꼼꼼히 물어봐 성공 이뤄
넓어진 공간서 손님 맞이할 수 있어"
지난달 30일 영업 종료일. 하루 동안에만 팔린 호떡이 800개가 넘는다. 이곳의 주인공은 인기 호떡을 빚는 이민 1세대인 임성권(60) 씨 가족이다.
임 씨는 이곳에서 '넘버원 팬케이크'를 열고 10년 넘게 영업을 해 왔다. 가게이름처럼 임 씨의 호떡은 넘버원이 됐고 지역 명소가 됐다. 하지만 가게의 임대 기간이 만료되면서 오클랜드 북부에 있는 알바니 지역으로 이전한다.
임 씨는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낯선 곳에서 막막함과 불안함에 떨던 시기에 열었던 가게였죠. 아들들과 아내의 도움 없이는 여기까지 버티지 못했을지 몰라요"라고 말했다.
임 씨의 가게는 오클랜드 기술대학(AUT) 등 큼직한 캠퍼스가 밀집된 곳이라 방학 때마다 굴곡은 있지만 보통 하루 200개는 기본으로 팔렸다.
대박의 비결은 '한국식 소통'에 있다고 임 씨는 말했다. 2010년께 본격적으로 영업에 들어가면서 만나는 손님마다 '맛은 어떤지,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물어봤다는 것이다. 입소문을 타고 오클랜드 공항에 비치된 관광 가이드북에 실리며 해외 관광객도 몰렸다.
임 씨는 "처음부터 고객이 몰리지는 않았어요. 가게를 찾는 이들을 붙잡고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냈죠. 우리와는 달리 쫀득쫀득한 식감을 싫어한다고 해서 반죽을 개선했고, 호떡 소는 현지인이 선호하는 것으로 개발했죠. 인기 메뉴인 '레몬 슈가'와 '단팥 치즈'가 그렇게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하지만 가족이 없었다면 사업을 이끌고 갈 순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자부했다. 이민 1세대로서 가장 큰 장벽은 언어문제였다. 하지만 장남인 데이비드 씨와 차남인 조너선 씨가 있어서 극복 가능했다. 신혼이던 1994년 함께 이민해 지금까지 곁에서 응원해 준 아내 박정화(57) 씨도 큰 힘이 됐다.
임 씨는 "몇 년 전 심장이 안 좋아 병원 신세를 지면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이들의 힘으로 버텨냈어요"며 "가족이 똘똘 뭉쳐 일궈낸 '패밀리 비즈니스'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임 씨는 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지만 아들들이 아이디어로 낸 배달과 비대면 판매 확대 등으로 버텨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운영과 인터넷 홍보 등도 이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임 씨의 가족은 또 한 번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가게의 임대 기간이 만료되면서 오클랜드 북부에 있는 알바니 지역으로 이전을 결정했다. 그는 "중심가는 아니지만 한인이 제법 모인 주택가 지역"이라며 "이전보다는 널찍한 공간을 확보해 손님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30대 초반 무작정 이민을 떠나왔다.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다. 임 씨는 그동안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몰라 부동산 중개업과 투어 가이드, 직장인 등 많은 일을 해왔다. 그는 "현지인들이 '한국 사람은 음식도 잘하고 사업도 잘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겠다"며 "자식들에게는 '엄마·아빠가 고생도 했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렇게 잘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영업 마지막 날에 올린 매출 3836달러(약 307만 원)는 자선단체에 기부했단다. 그는 "그동안 함께했던 지역 주민과 손님들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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