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정치정책부장
![[DT현장] 인구지진 피하는 세 가지 방법](http://contents.dt.co.kr/images/202108/2021081202102269614001[1].jpg "[DT현장] 인구지진 피하는 세 가지 방법")
끔찍한 경고는 또 있다. 우리나라는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빠르면 2030년, 늦어도 2040년 전에 인구 급감에 따른 '인구지진'(Age-quake)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국의 작가이자 인구학자인 폴 윌리스가 처음 사용한 '인구지진'이란 용어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사회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현상을 비유한 것이다. 월리스는 인구지진이 사회에 미치는 강도는 실제 리히터규모 9.0 수준의 대형 지진 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19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19개월 연속 자연 감소했다. 태어나는 아기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이른바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19개월 간 자연 감소한 인구 수는 약 5만3000명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이었다. 올해는 0.8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 1위 저출산 국가다. 이에 비해 고령 인구는 급속히 늘고 있다. 60대 인구가 이미 700만명을 넘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020년 15.7%에서 2025년 20.3%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2060년에는 거의 절반 수준에 다다른다. 2060년 총 인구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반 토막이 된다. 아이는 더 이상 태어나지 않고, 기존 생존 인구가 계속 늙어가는 사회로 변하는 것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작년까지 저출산 고령화 대책으로 200조원을 쏟아부었다. 또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총 196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는데도 출산율은 계속 떨어진다.
왜 그럴까. 왜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게 이리도 힘들어졌을까. 그렇게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며 갖가지 출산 장려책을 썼는데도, 백약이 무효인 건 왜일까. 답은 다들 알고 있다시피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 대학을 마치는 데까지 필요한 비용이 2억5000만원을 넘는다. 그렇게 교육시켜도 변변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 겨우겨우 일자리를 찾았다 해도 결혼해 보금자리를 마련할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교육, 일자리, 부동산 등 크게 이 세 가지 문제가 계속해 악순환하며 인구지진을 재촉하는 것이다. 나홀로 사는 1인 가구가 전체 2500만 가구 가운데 6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인구지진을 막기 위해선 교육, 일자리, 부동산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단순히 아이 낳으면 돈 준다는 정책으론 효과가 없다. 먼저 아이가 태어나 처음 교육을 받는 어린이집부터 대학까지 전면 무상교육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이를 낳으면 크게 교육비를 들이지 않고도 누구든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엄마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공공 보육시설도 대폭 늘려야 한다.
두 번째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국가 재정으로 노인 단기 일자리만 늘리는 건 절대 해답이 아니다. 기업이 투자하고,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이윤을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온갖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집값을 안정화해야 한다.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완화해 지방에 살고 싶어하는 인구를 늘려야 한다. 국가기관 지방 이전만으론 되지 않는다. 결국은 기업이 지역으로 가야 하고, 지역에서 창업하는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10년 내 자율주행, 개인용 비행기 등 교통 혁신 기술이 상용화되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출퇴근하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혁신적 교통 인프라 확충이 국가균형발전과 부동산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해주는 묘책이 될 수 있다.
김승룡 정치정책부장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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