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우리나라 직장 가입자가 낸 건강보험료의 상·하한 격차가 368배에 달해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일본(24배)·대만(12배)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보험료를 내는 사람과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간 괴리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고지원 확대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요인 비교분석 및 시사점' 발표했다고 17일 밝혔다. 비교 대상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형태로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일본, 독일, 대만 등 4개국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 월 상한은 704만8000원, 하한은 1만9000원으로 격차가 무려 368.2배에 달했다.
또 건강보험료율이 우리나라(6.86%) 대비 높은 일본(10.0%)과 낮은 대만(5.17%)의 올해 보험료 상·하한을 분석한 결과 일본과 대만의 보험료 상하한 격차는 각각 24.0배, 12.4배로 조사됐다.
경총은 과도한 건강보험료 상·하한 격차가 건강보험 부담자와 이용자간 불일치 문제를 심화시켜 '저부담자 과다 의료이용→건강보험료 인상→특정계층(고소득자) 부담 심화'라는 악순환과 사회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경총은 작년 우리나라 직장가입자가 낸 건강보험료가 54조원으로 2017년(42조4000억원)보다 27.3%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보험료 급증 원인으로는 2017년 8월 보장성 강화대책과 2018년 7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지목했다.
이에 반해 비교대상국인 일본, 독일, 대만은 보험료율, 보험료 상하한 격차를 상당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료율을 매년 인상해 2017년 이후 5년간 12.1%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과 독일은 동 기간 보험료율의 변화가 없었고, 대만은 2016년 4.91%에서 4.69%로 인하한 후 5년간 보험료율을 유지하다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올해 5.17%로 인상했다고 경총을 설명했다.
이 기간 건강보험료 상·하한 격차의 변화도 우리나라는 2017년 278.9배에서 올해 368.2배로 급등했다. 반면 일본은 24.0배로 동일했고 대만은 2017년 14.1배에서 올해 12.4배로 낮아졌다.
경총은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율의 안정적 관리, 국고지원 확대와 건강보험료 상하한 격차를 일본 수준인 24배까지 단계적 하향 조정하는 등 합리적 부과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상시화하고, 14%에 불과한 국고지원(일반회계) 수준을 확대하는 등 국가 책무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류기정 전무는 "2019년 건강보험료 하위 20% 계층은 낸 보험료의 85.8배에 달하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반면, 건강보험료 상위 20% 계층은 낸 보험료의 0.26배에 불과한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며 "과중한 보험료 부담을 호소하는 사람과 의료서비스를 과도하게 남용하는 사람이 혼재하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상한은 낮추고 하한은 올려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