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 서청운 판사는 17일 열린 석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그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석씨 측이 재판 과정에서 유전자(DNA) 검사 결과를 부정하며 주장해 눈길을 끌었던 키메라증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 판사는 키메라증과 관련해 "키메라증(chimerism)은 한 사람 몸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유전적으로 구분되는 세포를 가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 친자관계인데도 친자가 아닌 것처럼 판정되는 경우는 설명할 수 있어도 친자관계가 아닌 사람이 유연하게 친자로 오인되는 경우는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유전자 감정 결과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방법으로 상당한 정도의 신뢰성이 있고, 보존상태나 검사방법 등을 종합하면 석씨가 이 사건 여아의 친모가 아닐 확률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서 판사는 검찰이 아이 바꿔치기의 근거로 낸 증거 대부분은 유죄 판단의 근거로 봤다. 검찰은 △출산 당일 사진에 나오는 여아 오른쪽 발목 인식표가 다음 날 사진에는 분리된 점 △아이 체중이 3.485㎏에서 이틀 만에 200여ｇ이나 감소한 점 △혈액형이 석씨는 B형 BO 타입이고 딸 김씨는 B형 BB 타입으로 숨진 여아(A형 A0 타입)를 출산할 수 있는 사람은 석씨라는 점 등을 증거로 제시했었다.
또 검찰이 숨진 아기가 있던 빌라이자 석씨의 친딸이 살던 곳에서 발견한 배꼽폐색기(출산 후 탯줄을 자르는 데 사용하는 도구)도 아이 바꿔치기의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배꼽 폐색기는 맞물리는 부분이 톱니로 돼 있어 분리하기 힘든데 연결부분이 파손된 것은 힘으로 이를 다시 열려고 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고 했다. 증거로 제출된 배꼽 폐색기에서는 숨진 여아의 DNA가 검출됐다.
서 판사는 "피고인의 딸(숨진 여아 언니)가 빌라로 이사한 뒤 렌즈 케이스에 배꼽 폐색기를 보관하면서 열어본 적이 없었는데 숨진 아이의 DNA가 발견된 것은 석씨 친딸이 출산 뒤 퇴원하면서 데려간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어, 그 이전에 피고인이 자신의 낳은 딸과 친딸이 낳은 딸을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석씨는 2018년 3월 30일 경북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자신이 낳을 딸을 친딸(구속)이 낳을 딸과 바꿔치기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석씨 친딸 김모씨가 낳은 딸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김성준기자 illust7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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