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DT현장] 이래서야 국민통합 하겠습니까](http://contents.dt.co.kr/images/202108/2021083102102269044001[1].jpg "[DT현장] 이래서야 국민통합 하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4년 전 취임사에서 "감히 약속드린다"면서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약속의 날은 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에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함께 국민통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면서 당선됐다. 그럼에도 그 10년에 가까운 시간 속에 분열과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구체화하고 복잡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9년 9월 공개한 '한국인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를 보면 '진보와 보수 간 이념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91.8%나 됐다. 3년 전 조사와 비교하면 무려 14.5%포인트나 급증했다. 또 같은 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도 사회통합 점수는 10점 만점에 4.17점에 불과했다. 2016년 4.18점에서 2017년 촛불혁명 등을 거치면서 4.50점으로 올랐으나 2018년에 4.17점으로 떨어진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간 이념 갈등이 '심하다'는 응답은 87%나 됐다.
내년 대선에 도전장을 낸 후보자들 중에도 '국민통합'을 큰 과제로 제시한 이들이 많다. 주로 여권보다는 야권의 국민통합 이슈가 더 두드러진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맞아 묘역을 참배한 뒤 "과연 '김대중 정신'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민주화를 위한 헌신과 인권 등이 있지만, 가장 먼저 국민화합과 통합으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발전의 토대를 구축하신 게 아닌가"라며 "지금도 코로나19로 인한 보건위기 뿐만 아니라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 모든 국가지도자가 김 전 대통령의 국민통합, 화합의 정신을 받아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대항마로 정계에 입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국민대통합'을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금 우리나라는 거의 내전적 분열 상태, 정치적 분열 상태에 있다"며 "그들(여권)은 정치적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면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분열시키는데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최 전 원장을 자신을 국민통합의 적임자라고 자평했다.
DJ적자로 불리는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국민대통합'을 전면에 세웠다. 하지만 보수진영은 보수대통합도 아직 이루지 못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산기만 두드리다 파투가 났다. 더욱이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통합을 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경선버스는 30일 출발했으나 경선 전부터 불거진 '룰의 전쟁'은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다.
여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더욱 심각해진 사회분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권을 쥐고 정책을 추진한 이들이 결과에 책임과 의무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여권은 사회분열을 해소하는 것보다 사회갈등을 더욱 조장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반대파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아버린다. 이 같은 문제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민주당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의 네거티브는 이미 죽고 죽이는 전쟁에 가깝다.
국민대통합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갈등관리다. 이미 나뉘어 감정의 골이 깊어진 양쪽 진영의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 이해하고 양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가서는 게 가능해야 국민통합을 말할 수 있다. 그러니 갈등을 조장하는데 더 열을 쏟고 있는 정치권에 국민통합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갈등을 눈에 보이지 않게 덮는 것을 통합으로 착각하면 안된다. 그건 봉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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