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도(古都)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지하철 열차 안에서 보안 요원이 여성 승객에게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공개돼 논란이 퍼져 나가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완장' 찬 사람들의 월권행위 문제가 들춰진 데다 '젠더 문제'까지 자극해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중국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지하철 안에서 한 남성과 다투던 여성 승객을 지하철 보안요원이 열차 밖으로 끌어내는 사건이 벌어졌다.
보안요원이 강제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여성의 옷이 벗겨져 신체 일부가 노출된 상태인 데도, 열차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가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퍼지면서 네티즌들이 들끓었다.
"보안요원의 대응이 과도했다"는 지적부터, "법 집행 권한이 없는 보안요원이 승객을 강제로 끌어낼 수 있느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여성에게 모욕을 준 보안요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시안지하철운영공사 측이 사과는커녕 "열차 내 질서를 어지럽힌 승객에 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네티즌들을 더욱 열받게 했다.
일부 변호사들까지 나서 "보안요원의 행위는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승객의 지하철내 소란행위는 20∼80위안(3600∼1만4000원)의 벌금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안이며, 외부 경비회사 파견직원 신분인 지하철 보안요원에게 사람을 강제로 열차에서 끌어낼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결국 2일 시안시 치안 당국이 나섰다. 시안시 공안국은 "승객이 지하철 공공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위는 경미한 것으로 파악돼 처벌 없이 공안기관의 '비판교육'(구두로 잘못을 지적하고 경고하는 것) 처분을 내렸다"며 "보안요원은 업무처리가 난폭했으나 위법 및 범죄는 되지 않아 소속 보안회사에 정직과 규정에 따른 조사 처분을 내리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옷을 벗겨 여성을 모욕해도 이렇게 하고 마느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 "남성중심 사회의 법률"이라는 등의 의견이 SNS에 잇달아 올라왔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는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일부 계정이 성별간 갈등을 조장하는 등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며 7000개 가량의 계정에 '금언' 또는 '폐쇄' 조치를 취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시안 지하철에서 중국 보안요원이 여성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는 모습. <텅쉰망 캡처=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