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후 선보인 공적마스크앱, 교통약자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돕는 지하철 환승지도 데이터 등은 민간에서 데이터와 아이디어를 결합해 선보인 서비스다. 이같이 정부나 공공기관이 만든 공공데이터가 아니면서도 공익적인 용도로 쓰이는 데이터에 대해 '공익데이터' 개념을 도입해 이용을 활성화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한국행정학회와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추진협의회가 3일 오후 개최한 '공익데이터의 의의 및 제도화 방안' 세미나에서 조병우 건국대 교수는 "데이터 생산주체에 따라 구분된 공공데이터·민간데이터 틀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공익데이터의 유형과 활용이 증가하고,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시민이 함께 협력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동생산' 데이터와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런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데이터 유형 분류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생산하는 공공데이터와 기업이 사익을 위해 만드는 민간데이터와 달리, 기업이나 민간단체가 공익적인 용도로 만든 데이터를 공익데이터로 새로 분류하자는 것.
조 교수는 코드포코리아, 무의, 커뮤니티매핑센터, 옐프(YELP), 빠띠, 투파더, 어니언팜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코드포코리아는 민간 개발자들이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 대응을 위해 조직한 단체로,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앱을 개발하는 '시빅해킹' 활동을 통한 마스크 앱 개발을 주도했다. 협동조합 형태의 단체인 무의는 서울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서울·부산 휠체어 여행 비디오, 서울 휠체어 궁지도 등 장애이동권 증진을 위한 콘텐츠를 비장애 시민들과 함께 만들고 있다.
조 교수는 "공익 목적의 데이터를 생산주체와 상관없이 공개해 활발하게 쓰이게 하고 생산을 활성화하자는 의견과, 이 같은 제도화가 사기업의 자발적인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있다"면서 "관련한 사용권을 정확히 규정해 줄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공익데이터는 프랑스가 2016년 제정한 디지털공화국법에서 처음 도입한 개념으로, 기존의 공공데이터에 포섭되지 않으나 공익적 필요에 따라 공개·개방하는 공공재적 성격의 데이터를 의미한다. 국가보조금협약당사자 데이터, 공공도로 관리자나 전기·가스공급망 관리자 생산소유 데이터, 법원판결, 부동산 거래 관련 조세정보 등이 포함된다.
김도승 목포대 교수는 "데이터는 다른 데이터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만큼 민간데이터에 대한 일정한 공개 필요성이 제기되며, 프랑스 디지털공화국법상 공익데이터는 이런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데이터에 대한 민간과 공공의 이분법을 넘어 그 목적에 주목하는 것으로, 결국 논의의 핵심은 공익적으로 필요한 민간 데이터 공개를 의무화하느냐 여부"라고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공공필요에 의한 데이터 수용, 사용, 제한 등에 대해 토지보상법과 같은 법적 근거를 담은 가칭 '공익사업을 위한 데이터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지보상법에 준하는 엄격한 방식과 절차를 규정하고, 데이터의 특징, 데이터 내용에 따른 제공 방식, 보상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공필요에 대한 구체적인 증명, 영업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 해외기업과의 역차별 등 부작용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행안부, 과기정통부, 4차산업혁명위원회,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등을 중심으로 공익데이터 도입·활용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행정학회를 통해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날 토론자들은 새로운 데이터 분류체계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를 같이 했다.
황은미 빠띠 연구원은 "코로나19 같은 재난상황에서 공익데이터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면서 "시민들이 공익데이터 생산과 활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공공데이터와 공익데이터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며 "'데이터 이타주의'에 기반을 둔 단체나 기관들이 민간과 정부의 이해관계자를 아울러서 데이터를 모으고 시너지를 만드는 활동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수 경북대 교수는 "공익데이터는 데이터 생산과 소유, 활용주체가 다름에서 오는 권리 소재지 및 활용의 정당성과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 민간 생산 데이터의 활용이 공적 주체에 의해 의무화되는 상황에 대한 저항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입법적으로 공익데이터의 근거와 수집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황성수 영남대 교수는 "공익데이터라는 단어가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고, 데이터 공유와 생성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도 있다. 다른 명칭을 고민하고, 기존의 관련 법과 제도를 활용해 사업과 목적별로 접근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신애 NIA 공공데이터기획팀장은 "공공데이터법 제정이 10년 가까이 되면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공익데이터 관련 논의와 연구결과가 구체화되면 이를 아우르는 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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