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고] 조선업이 산업패러다임 바꾼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9/2021090702102369614001[1].jpg "[기고] 조선업이 산업패러다임 바꾼다")
이러한 기조는 변화에 뒤쳐진 기준미달 선박을 시장에서 빠르게 퇴출시키면서 통상적 조선 수요 사이클인 25~30년 주기를 앞당기고 있는 듯도 하다. 최근 우리 조선업이 그간의 어려움을 끝내고 이 기회를 발판으로 재도약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 우리 조선산업은 초호황 상태에서 리먼사태를 맞은 이후로 최근까지 장기 침체를 겪었다. 새로 진입한 업체는 물론 다수의 기존 업체들도 큰 타격을 입고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고용도 절반으로 줄었고 조선 집적도가 높은 지역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
2016년 수주절벽 이후 시장의 느린 회복 속에서 기대했던 강화된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에 따른 선박 시장의 호조세는 코로나19에 의한 해상물류 교란으로 실종된 듯 보였다. 앞서 국제해사기구는 지난 2020년 1월1일부터 신조 선박은 이산화탄소 20% 저감, 기존 운항선박들은 연료유에 포함된 황산화물 기준을 3.5%에서 0.5%로 저감하는 환경규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의 출현과 함께 2020년 말부터 LNG 연료추진 선박 같은 친환경 선박, LNG 운반선 등의 친환경 연료 수송선박, 해상물류 병목으로 운임이 치솟은 선종(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신조 수요가 밀려들었다. 이 선박들은 우리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주력 선종이었다. 긴 침체기 속에서도 건조 역량을 다듬어온 조선업체들은 단숨에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
2021년 7월까지 우리 조선업계가 수주한 실적은 318억4000만 달러, 1276만 CGT(환산톤)으로 물량 기준으로 중국에 약간 뒤졌지만 금액기준으론 4억3000만 달러 앞섰다. 자국 수요인 중국의 발주 규모가 세계 1위인 94억 달러였음을 감안할 때 우리 업계의 명실상부한 시장 주도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숨은 복병도 있다. 철광석과 연료탄 가격 급등으로 선박 기자재 가운데 원가 비중이 높은 강재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고, 계약과 착공 시점의 차이로 선가에 반영되지 못한 강재 가격 상승분은 조선업계의 공사손실 충당금이라는 부담으로 남았다.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설비, 인력의 최적화가 덜 진행된 상태에서 맞게 된 건조물량의 큰 변동성은 또 다른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친환경·스마트 선박으로의 전환은 갈수록 빨라질 전망이다. 이러한 선박의 질적 변화는 선박에 대한 양적 수요와 맞물려 가속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IMO 규제에 맞추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이거나 친환경 설비 장착, 혹은 연료 전환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추세들로 인해 노후선박의 폐선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는 신조 선박에 대한 빠른 수요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기술의 적용성이 높아지고 경제성이 확인되면 유사 슈퍼사이클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은 현재 진행형이고 관련 기술의 선박 적용 역량이 뛰어난 국내 업계에 주문이 몰리면서 최근 친환경 선박의 수주점유율이 약 66.0%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친환경 선박은 LNG, LPG 등을 연료로 하는 현재의 저탄소 선박에서 수소, 암모니아 등을 이용하는 무탄소 선박으로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과 더불어 자율운항 선박으로의 전환은 운항 효율성을 모색하고자 하는 선주들의 수요에 의한 것이다. 자율운항 선박으로의 전환 효과는 화물 적재공간 확대, 운항 경제성 향상에 의한 연료 감소, 인적 요인에 의한 사고율 축소, 항만 물류 선하적 자동화와 효율화 등이 상당하다.
이러한 선박 패러다임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고 있는 우리 조선업계가 역량을 재점검하고 시장 흐름을 주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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