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증자 부담 줄이고 의결권 확보…조성욱 "자사주 처분 통한 지배력 강화 우려 잘 알고 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50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이를 통해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지분 1.71%를,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 지분 7.11%를 보유하게 됐다.
두 회사는 취득한 주식의 처분 제한 기간을 3년으로 설정하고, 상대방 회사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정했다. 처분 제한 기간 경과 후 주식을 처분할 때에도 상대방 회사가 지정하는 자가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도록 하는 우선매수권도 보유했다.
이에 양 측이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실질적으로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증자 효과를 얻고 우호 의결권도 확보하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사의 약정을 살펴보면)명백한 우호지분"이라며 "주주총회 안건에서 상대방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것은 예측 가능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공정위는 2017년도 국회에 제출한 설명자료에 "자사주 맞교환에 법망을 우회하는 요소가 존재한다"며 "자사주를 임의 처분하는 것은 비례적 지배관계에 영향을 미쳐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자사주를 지배주주의 이해관계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처분해 부당하게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경영권을 편법으로 승계하는 방법으로 남용될 소지가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미래에셋-네이버 사례의 경우 공정거래법상 규제에 위반되지 않아 금융위가 판단해야하고, 자사주 처분에 관한 사항은 궁극적으로 상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최근 화두가 ESG임에도 불구,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빅테크기업들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근대적 지배구조를 답습하고 있다"며 "대기업에 한해서라도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자사주 처분을 통한 지배력 강화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대기업집단뿐 아니라 일반 상장사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답했다.
여다정기자 yeop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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