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YKD' 부당대출 의혹 조사…시민사회는 "분양장사 변질" 비판
미래에셋그룹(미래에셋)의 여수 경도개발사업이 길을 잃었다. 여수 경도개발사업은 미래에셋이 전남개발공사로부터 여수 경도 부지를 매입하고 1조5000억원을 투입,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지역개발 프로젝트다. 그러나 2017년 착공 이후 현재까지 지역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까지 받았다.
지난 7일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여수연대회의)와 여수시의원들은 경도개발사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공론화하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사업이 분양장사로 변질됐다"며 개발계획에 포함된 타워형 레지던스 건설을 반대했다. 여수연대회의는 '경도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는 당초 테마파크와 기업연수원로 계획됐던 사업이 타워형 레지던스로 변경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전남개발공사가 사업을 추진할 당시에는 없었던 타워형 레지던스가 미래에셋이 양도 받은 이후 2020년 10월 29일 승인된 실시계획 변경에서 신설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여수시의회는 지난달 7일 국정감사와 감사원 공익감사 실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상우 여수시의회 의원은 지난 6월 11일 제211회 본회의에서 "레지던스 건축을 통해 150억원을 투자하는 미래에셋의 특수법인(GRD)이 2000억원의 수익을 내고, 미래에셋은 약 1200억원의 이익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에셋 측은 레지던스가 주거시설이 아닌 숙박시설이라 주장하지만 '표현은 숙박시설, 내용은 거주시설'을 준비해 분양가와 분양률을 높이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에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도 개발사업의 관건이던 여수 신월동과 경도를 잇는 진입도로와 연륙교가 완공되면 개발예정 부지의 땅값이 폭등할 수 있다는 것.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시행하는 연륙교 건설의 총사업비는 1195억원으로, 국비 40%가 투입되고 전남도와 여수시가 40%, 미래에셋그룹이 20%를 분담한다.
지난 9월 6일 민병대 전남도의원은 제356회 전라남도의회 임시회에서 도정질의를 통해 "미래에셋에 넘긴 부지가 70만평 가량 되는데, 당시 평당 단가는 50만원 정도였으나 연륙교가 완공되면 평당 800만원까지 오른다"며 "경도 들어가기 전 육지부가 800만 원에서 1000만원까지 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YK디벨롭먼트(YKD) 지분 50%를 보유한 외국인 회사는 싱가포르 펀딩사로 정체가 불분명하다"며 "경도 개발이 완료되면 펀딩사가 이익을 챙겨 빠져나가고 경도는 고스란히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가족 소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보인다"고 덧붙였다.
민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은 YKD의 지분구조 때문이다. YKD 지분은 미래에셋컨설팅과 외국계 투자회사(SG Plus Investment and Development PTE LTD)가 각각 50%씩 보유 중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이 48.6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박 회장을 포함해 오너 일가가 91.86%의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다. GRD 지분 37.4%를 보유한 YKD의 이익배분 비율은 59.1%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공정위는 지난 8월 말 YDK가 경도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GRD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보험으로부터 개발비를 대출받은 것에 대해 부당대출 의혹을 제기하며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YKD가 증권사나 보험사 등 금융계열사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하자 자회사 GRD를 세워 편법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시각이다.
공정위가 YKD가 GRD에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를 확보해 GRD를 계열사로 인정할 경우 미래에셋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그룹은 "사전에 충분한 법률검토를 거쳐 GRD를 비계열회사로 판정했다"며 "공정위 조사에 충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경도개발사업을 들여다보는 공정위의 칼끝이 총수 일가로 향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앞서 2년 가까이 미래에셋의 일감몰아주기를 조사한 공정위는 지난해 5월 미래에셋에 과징금 43억9000만원을 부과했으나 박 회장이 내부거래를 직접 지시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이후 미래에셋은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공정위 조사 이후 박 회장은 "사업 포기를 포함해 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은 지난 5월에도 레지던스 건립 문제로 여수시의회 및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사업 전면 재검토를 결정한 바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현재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여다정기자 yeop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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