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호구 짓 좀 하지마라." " 결국 우리 국민이 낸 보험료로 중국 환자를 헐값에 치료해주는 꼴이다."
우리사회에는 국내 건강보험 이용과 관련해 외국인(재외국민 포함)어 거의 공짜 수준이거나 한국인보다 훨씬 적게 건강보험료를 내면서 보험 혜택을 더 많이 받는 '무임승차'나 '먹튀'형태가 많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더구나 이런 인식은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중 감정과 맞물리면서 더욱 증폭되어 왔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측 설명은 다르다. 이는 일부 외국인의 건강보험 부당·과다 수급 문제를 과장해서 확대 해석한 오해라 설명한다. 오히려 건강보험 가입 외국인은 전체로 봤을 때는 부과된 보험료보다 보험급여를 적게 받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말 그대로 외국 국적을 보유한 사람으로, 한국계 외국인도 포함한다. 재외국민은 외국에 체류하거나 오랫동안 살면서도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인을 말한다.
9일 건보공단의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관련 자료'를 보면 더 확실해진다. 2020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재외국민 포함)은 120만9409명(직장 가입자 70만4287명, 지역 50만5122명)이다. 이들 외국인에게 1년간 부과된 보험료는 작년에 1조5417억원이었다. 반면 외국인 가입자들이 병·의원이나 약국 등 요양기관을 이용하고 건강보험에서 받은 보험급여비는 9542억원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1년간 5875억원의 재정수지 흑자를 거둔 셈이다.
외국인 가입자의 건보 재정수지는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 달리 2018년 2320억원, 2019년 3736억원, 2020년 5875억원 등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매년 흑자 규모가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누적 흑자 규모는 1조1931억원으로 1조원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해 전체 건보 당기수지는 적자를 보였다. 그야말로 외국인의 건보 재정 흑자가 없었다면 작년 당기적자 규모는 9000억이 넘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이 건보재정을 갉아먹는다는 인식과는 반대로 내국인의 건보 적자 재정을 외국인이 낸 보험료로 충당한 것이다.
사실 국민들이 오해하는 '무임승차' '먹튀'같은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일부 재외국민과 외국인이 치료 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와 값비싼 건강보험 진료만 받고 도망치듯 출국하는 일도 있었다.
2019년 7월 이전까지만 해도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국내에 3개월만 머물면 본인의 필요와 선택에 따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임의 가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적 허점 때문에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보건복지부는 치료 목적으로 입국해 건보에 가입하는 사례를 차단하는 조치를 마련했다. 2019년 7월 16일부터 외국인·재외국민 건강보험 의무 가입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이들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한 것이다.
이들이 납부해야 하는 건강보험료도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 평균보험료 이상(매달 11만원 이상)을 내도록 했다. 체납하면 의료비를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할 뿐 아니라 체류기간 연장에까지 불이익을 받게 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국내 체류중인 가난한 외국인 지역가입자에게 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주민의 건보 피부양자 등록 자격은 내국인보다 매우 제한적이다. 우리 국민은 세대주와 동일 세대로 인정되는 범위가 직계존비속, 미혼인 형제자매,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존속 등으로 폭이 넓지만, 이주민은 세대주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을 동일 세대원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나 성인 자녀와 함께 사는 이주민은 인당 부과되는 보험료의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험료 경감·면제와 체납 조치에서도 차별이 있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젊은 이주 노동자층이 많다"며 "이들은 인구집단의 속성상 건강보험료는 많이 내지만 병·의원은 덜 이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것처럼 '건보 혜택을 많이 받아 재정을 축낸다'는 인식은 오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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