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새 장을 연다] 결손금 공제·취득가 산정 논란… 현실 외면 가이드라인에 곳곳 혼선

입력: 2021-11-30 19:48 여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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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준비 안 된 과세 인프라
기타소득 분류 결손금 이월공제 제외
주식엔 적용… 과세 형평성문제 도마
　
취득가액 증명 못한 가상자산은 '0원'
매도땐 금액 전부 양도차익으로 간주
해외거래소 이동, 음성화 가능성 우려
　
"인프라 정비·명확한 가이드라인 절실"　

[가상자산 시장 새 장을 연다] 결손금 공제·취득가 산정 논란… 현실 외면 가이드라인에 곳곳 혼선

가상자산과 주식 과세정책 비교

"각국 동향을 감안해서 비트코인을 검토해보겠다." 2014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와 과세기준 연구 등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되자 당시 최경환 부총리가 내놨던 답변이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현재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결정됐다. 과세 시기를 두고 정부는 내년부터 과세를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여야는 최근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내년 1월에서 2023년으로 1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가상자산 투자자로 분류되는 2030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일 수도 있다. 지난 5월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약 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가상자산 과세에는 정치적 계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금 납부자의 형평성 문제, 결손금 처리 문제, 과세 인프라 미비 등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소득세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전제로 했을 때 내후년 1월부터 가상자산 국내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 가운데 25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20% 세율로 소득세를 내게 된다. 비거주자, 외국법인이 국내에서 가상자산을 양도 및 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가 세액을 원천징수해 납부해야 한다.

당장 부각되는 사안은 주식 투자자와의 형평성 문제다. 투자에 따른 자본이익이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가상자산과 주식이 유사하지만 역사가 60년 이상인 주식에 대해 가상자산보다 더 많은 금액을 공제해주고, 더 늦은 시기부터 과세를 한다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오는 2023년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는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과세하는 법이다. 해외주식과 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의 수익 공제액을 250만원으로, 국내 상장주식의 공제액을 5000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5년간 결손금에 대한 이월공제도 허용된다.가상자산 투자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복권 당첨금 등과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있다. 기타소득으로 분류된 탓에 양도차익에는 세금을 매기지만, 양도차손으로 인한 결손금은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일회성이 높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 자산에 대해서는 1년 주기로 기타소득에 대해 과세하기 때문에 결손금에 대한 이월공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주식 투자와 달리 가상자산 투자에서는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그 다음해 징수대상에서 손실을 제외해주는 공제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와 함께 결손금에 대한 인정은 해주지 않으면서 거래 차익에 대한 세금만 내라는 것이다.

이런 논란에도 정부는 세금 부과에 대한 자신감만 표시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답변에서 "(과세 시스템에)자신 있고, 내년부터 과세하지만 실제 과세는 내후년"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준비됐다는 정부, 1년 유예시킨 국회…형평성 논란 여전=과세 실무 차원에서의 공백도 무시하기 어려운 과제다. 국세청은 가상자산거래소를 대상으로 소득세법에 따른 가상자산명세서 작성 방법과 당국 제출 절차 등을 설명하는 컨설팅을 진행했고,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세청이 컨설팅 통해 설명한 취득원가 산정 방식을 두고 논란이 있다.

국세청은 컨설팅에서 취득가액을 증명할 수 없는 가상자산에 대해 취득액을 '0원'으로 산정해 제출하도록 설명했다. 투자자가 실제 취득가액을 입증하지 못하면 매도 금액 전부가 양도차익으로 간주되는 셈이다.

이에 납세자인 투자자에게 취득가액 입증책임을 전가하는 등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가 기타소득세 체계를 파악해 자진신고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근로소득자의 경우 소득세 신고 경험이 없어 신고를 위해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더욱이 가상자산은 해외거래소를 통해 유입되거나 거래소간 이동이 빈번하고, 직접 채굴하는 경우도 있다. 현행법상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를 이용해 가상자산을 매입한 경우 직접 차익을 계산해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직접 채굴한 가상자산의 경우에는 채굴기 구입 및 대여 비용, 전기료 등 채굴에 들어간 비용만을 취득가액으로 본다. 이외에 법적·행정적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과세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이탈과 거래 음성화가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투자자들이 국내거래소를 기피해 해외거래소로 이동해 코인마켓 투자를 하거나,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거래소를 통하지 않는 개인 간 거래(P2P)가 성행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은 과세 시스템 구축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과세당국은 현재 가상자산거래소에 세금계산 시스템 구축 및 취득원가 계산·소득세 산출을 위한 자료 제출 등을 강제하고 있다.

◇ 여전한 과세 공백…인프라 구축해 해결해야=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로 과세 시점이 1년 늦춰지긴 했지만 가상자산거래소의 부담감도 남아 있다. 실제 세금 납부는 투자자의 몫이지만,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거래소는 취득가액 산정과 양도차익 등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해 안내해야 한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지난 9월24일까지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상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위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인증과 은행 실명계좌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다수 거래소들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실명계좌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불분명한 규정으로 책임소재 논란을 우려한 시중은행들이 실명계좌 개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과세 시점이 연기돼 다행이긴 하지만 과세 시점 연기 이전만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당국이 산업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재한 가이드라인을 내세워 혼란이 벌어졌었다"면서 "과세 인프라 정비와 함께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여다정기자 yeopo@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