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방안·시기 연내 발표"
번호마다 다른 요금제 가능해
소비자들 선택권 늘어날 전망
이통사는 도입에 유보적 입장
번호마다 다른 요금제 가능해
소비자들 선택권 늘어날 전망
이통사는 도입에 유보적 입장
2일 관련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에 국내에서도 e심 도입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는 듀얼심이라는 개념이 없다시피 했지만 e심 도입을 통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권이 늘어날 수 있다"며 "협의체를 통해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등과 협의하고 있고 이달 내 도입 방안이나 시기 등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심은 휴대전화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칩을 활용해 가입자 정보를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다. 주로 USIM(유심)을 구입해 휴대전화에 끼워서 쓰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본격화되고 있는 서비스다.
e심이 도입되면 '듀얼심' 기능을 통해 기존에 업무용으로 세컨드 폰을 쓰던 이용자들이 한 개의 스마트폰으로도 두 개의 번호를 쓸 수 있게 된다. 또 번호마다 다른 요금제를 쓸 수 있어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어난다. 가령 통화만 제공하는 이동통신 요금제를 쓰고, 데이터는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따로 가입해서 쓰는 식이다. 이 때문에 알뜰폰 사업자들은 e심 도입을 반기고 있는 상황이다. 따로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알뜰폰은 e심이 도입되면 비대면 개통 과정도 간소화될 수 있다. 현재 알뜰폰 요금제 가입은 온라인을 통해 신청하면 유심을 택배로 수령하고 콜센터 연결을 거쳐 개통까지 길게는 2~3일이 소요돼 불편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알뜰폰 사업자인 스테이지파이브는 내년 상반기 자체 설비 투자를 통해 휴대폰 e심 서비스를 독자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7월부터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과 함께 'e심 협의체'를 구성해 e심 도입 방안을 논의해왔다. e심은 이미 세계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 영국, 독일 등 69개 국가 175개 사업자가 상업용 e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말기중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이 지난 2018년 출시된 '아이폰XS' 모델 이후부터 e심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0' 모델부터 e심 기능을 탑재했지만 국내 출시 모델에서는 제외됐다. 국내에서는 알뜰폰 사업자 '티플러스'를 제외하고는 모바일 e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향후 5년간 e심 지원 기기 누적 출하량이 60억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 1분기 판매된 스마트폰의 20%는 e심 지원 기기로 파악된다는 설명이다. 향후 스마트폰, 스마트워치와 같은 e심 지원 기기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심 서비스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이통사의 지원이 필수다. 현재 통신사는 웨어러블 기기나 IoT(사물인터넷) 등에서만 e심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들이 투자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e심 도입을 꺼리고 있어 향후 상용화가 가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심 이용자는 새로 유심칩을 받아서 끼울 필요 없이 등록만 하면 되기 때문에 번호이동이 쉽지만, 이통사들로서는 경쟁 심화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가입자 분산으로 ARPU(가입자당매출)가 줄어들 여지도 있고, 유심 판매 수익도 잃게 돼 속내가 복잡하다. 또한 e심 도입 시 대리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는 대신 QR 코드나 비밀번호 생성을 통해 인증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CS(고객대응) 문제도 과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인도 같이 국토가 넓은 곳은 전국망 커버리지 구축이 어려워 다른 통신사망을 보조적으로 쓰는 등 e심 수요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국망 커버리지가 기본이라 큰 불편이 없는 실정"이라면서 "e심 도입 시 CS 문제나 전산망 관리 등 투자도 수반돼야 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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